▶술꾼들의 모국어(권여선 지음, 한겨레출판)=유수의 문학상을 휩쓴 소설가 권여선이 풀어헤치는 먹고 마시는 이야기 보따리에 홀리지 않을 재간이 없다. 작가의 유일한 산문집 ‘오늘 뭐 먹지?’ 6주년 기념 개정판이 출간된 것. 맛깔나는 입담에 반한 독자들의 응원에 힘입었다. 저자가 지금껏 출간한 소설에서 미처 풀어내지 못한 ‘혀의 언어’가 차린 개성 넘치는 고백이다. 냄비국수, 꼬막조림, 오징어튀김 등 20장에 걸쳐 소개되는 음식들은 그에게 모두 사계절에 따라 차려지는 안주이니 누가 뭐래도 작가는 ‘술꾼 장인’이 틀림없다.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줄이면 ‘안주’가 되는 수준이라고 실토하는 그에게서 술꾼이 갖는 매혹적인 비참의 경지를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개정판에서는 본문 삽화가 전면 교체됐고,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 심도 있는 작가 인터뷰가 수록됐다.
▶냄새의 쓸모(요하네스 프라스넬리 지음·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영화 ‘기생충’에서 ‘선을 잘 지킨다’는 평판을 듣는 김 기사가 끝내 모멸감을 못 참은 지점이 있다. 반지하의 퀴퀴한 냄새에 코를 막는 박 사장을 보고 소위 ‘꼭지’가 돈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냄새를 갖고 있고, 장소에도 제각각 독특한 냄새가 있다. 이는 사람의 기억에 각인돼 그 때 그 시절로 이끌곤 한다. 강렬한 냄새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냄새는 무의식적으로 지각된다. 그러나 무의식 속에서도 냄새는 우리의 지각과 태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의사이자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냄새에서 비롯한 우리 뇌의 변화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저자의 개인사도 일부 포함됐다. 어릴 때 녹색 음식을 보면 구토를 느꼈는데, 이는 어린 아이가 새로운 냄새에 공포를 느끼는 ‘네오포비아’에서 발현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냄새와 향을 10번 정도는 인지해야 한다며,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강요하지 말고 접촉을 늘려주라고 조언한다.
▶당신이 모르는 자유주의(디드러 낸슨 매클로스키·아트 카든 지음·임경은 옮김, 한국경제신문)=인류는 180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다. 1인당 무려 3000%에 달하는 거대한 풍요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자본주와 같은 제도나 교육이나 과학 같은 수단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자유주의 덕분이었다. 개인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자는 고전적 자유주의 덕에 개인의 탁월한 아이디어들이 꽃피우며 혁신주의로 연결, 생산성이 대폭 향상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1500년대부터 시작된 4R(문해력·개혁·반란·혁명)로 태동한 자유주의와 부르주아 딜은 왕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윤리는 물론, 이데올로기, 수사법 등을 변화시켜 많은 국가들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자유주의가 양극화와 같은 위기를 가져왔다는 주장에 대해선 양극화보다 더 큰 문제는 자유를 억압하려는 정부나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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