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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물가 2% 안착, 내수 회복으로 이어져야 의미

물가가 마침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준선에 도달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0%는 한국은행이 피봇(통화정책 전환)의 전제 조건으로 강조해 왔던 물가안정 목표치에 부합했다. 이는 코로나 보복소비와 우크라이나 전쟁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만에 가장 낮다. 2022년 7월 6.3%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던 물가가 2년여 만에 안정을 찾은 것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며 피봇에 무게를 실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0.5%까지 내렸던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한 뒤 유지한 것은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서민경제를 짓눌렀던 고물가·고금리의 덫에서 놓여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물가가 지표상 목표치에 도달했다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3년 넘게 고공행진 해온 물가에 더해 2% 더 올랐다는 것은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과 비교하면 8.7%나 오른 상태다. 특히 가공식품과 외식물가는 이 기간 상승률이 각각 12.8%, 13%에 달한다. 1만원짜리 냉면 한 그룻이 1만5000원까지 수직 상승했다가 주춤한 것을 안정됐다고 할 수 있겠나.

올해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수출 증가율을 5.1→6.9%(5월 전망 대비)로 높인 반면, 민간소비 증가율과 설비투자를 각각 1.8→1.4%, 3.5→0.4%로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총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5.6→7.0%로 올려 잡았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1.8→1.5%, 2.2→0.4%로 내렸다. 한은과 KDI 공히 내수 부진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2.4%, 2.6→2.5%로 0.1%포인트씩 낮췄다. KDI는 부진한 내수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줄곧 선제적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제 한은이 화답할 때가 됐다. 정부가 10월1일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도 침체된 내수를 살려보려는 안간힘일 것이다.

금리인하는 경제의 모든 부문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강력한 것이 사실이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실물경제 지원 효과가 나타나기 까지 3~6개월 시차도 있다. 가계부채, 집값 자극 같은 부작용이 커지면 오히려 서민경제를 더 나쁘게 할 수 있다. 물가 안정이 내수회복과 경제성장의 마중물이 되도록 통화·재정당국이 긴밀히 협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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