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전기차 안전 가이드 제작 및 배포
업계 “전기차 화재 발생, 배터리 충전량과 관계가 없어”
정부, 과충전 방지 장치 없는 충전기 지원 중단 방침
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 중인 모습 [뉴시스]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완성차 업계가 최근 잇단 화재로 빠르게 확산하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 ‘과충전’을 전기차 화재 주원인으로 단정 짓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안전 가이드를 제작·배포하는 등 전사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제네시스 포함)은 BMS(배터리관리시스템)가 감지한 배터리 이상 징후를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로 신속히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두뇌라 할 수 있는 BMS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핵심기술인 안전진단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과 파트너십을 강화, 배터리 모니터링 기술을 한층 강화했다.
BMS가 모니터링하는 항목으로는 ▷전압편차 ▷절연저항 ▷전류 및 전압 변화 ▷온도 ▷과전압 및 저전압 등 다양하며, 최근 출시되고 있는 차량은 이에 더해 수 일 또는 수 주 이전 잠재적인 불량을 검출할 수 있는 ▷순간 단락 ▷미세 단락을 감지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배터리 화재 주요 요인과 배터리 안전 설계 이미지 [현대차그룹 제공] |
특히 배터리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BMS는 필요한 안전 제어를 수행하고, 위험 정도에 따라 고객에게 즉시 통보한다. BMS가 진단한 이상 징후 데이터는 즉시 원격지원센터로 전송되고, 이어 고객에게 입고 점검 및 긴급출동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가 자동으로 발송된다. 기아 역시 지난 21일부터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을 시작했다.
아울러 양사는 BMS의 핵심 역할로 ‘과충전 차단’ 기능을 제시하고 있다. BMS가 총 3단계의 과충전 방지 기술을 통해 충전상태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충전 제어기의 긴밀한 협조제어를 통해 과충전을 원천 차단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현대차·기아 전기차 가운데 과충전에 의한 화재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BMW 코리아가 전국 공시 딜러사에 배포한 ‘BMW 전기차 안전 가이드’. [BMW 코리아 제공] |
소비자 불안 해소를 위한 수입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BMW다. 수입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BMW 코리아는 지난 22일 ‘BMW 전기차 안전 가이드’(이하 가이드)를 전국 공식 딜러사에 배포했다.
가이드는 BMW 전기차충전량 설정 방법, 선제적 차량 관리 서비스 ‘프로액티브 케어’ 소개 등 BMW 전기차 운행에 도움이 될 방법 및 정보들을 담고 있다. BMW는 가이드를 통해 “BMW 전기차가 배터리의 총용량에서 안전 마진을 남긴 용량만 사용하기 때문에 100% 완충해도 안전하다”라며 “그럼에도 운전자가 배터리 충전량 설정을 원하는 경우My BMW 앱이나 차량 내에서 목표 충전량을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어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제시한 가이드도 손쉽게 준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BMW는 판매 중인 모든 전기차에 차량 관리 서비스인 ‘BMW 프로액티브 케어’를 탑재했다. 차량 스스로 배터리 충전 상태와 배터리 온도와 잔존용량(SoC), 성능 최대치(SoH)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이상 감지 시 BMW 프로액티브 케어 팀이 즉각 소유주에게 연락, 필요한 대처법을 알린다.
한 정비사가 아이오닉 5를 점검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
국내외를 막론하고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서는 것은 전기차 과충전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안이 확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정부도 인천의 한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포비아’가 빠르게 번지자, 이에 관한 대응책으로 전기차 제조사들에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도록 권고한 데 이어 과충전 방지 장치가 없는 충전기에 대해 최대 500만원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기차 화재 발생이 배터리 충전량(SoC)과 관계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배터리 충전량이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배터리 내부의 물리적 단락이나 쇼트 발생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전문가인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도 최근 주요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100% 충전이라는 게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충전 깊이(충전율)와 화재는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지배적인 원인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100%라고 말하는 것은 안전까지 고려한 배터리 수명으로, 물론 충전을 이보다 더하면 위험할 순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충전은 배터리 셀 제조사나 자동차업체 차원에서 BMS 등으로 이미 차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likehyo8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