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차에 걸쳐 공매 진행했지만 주인 찾지 못해
최저 입찰가 946억원까지 낮아져…매각 난항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가산W몰’. [네이버 거리뷰]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가산W몰’이 공매에 부쳐진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초 감정가 2602억원에서 거듭 유찰되면서 몸값이 반값 수준인 946억원까지 낮아졌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인수자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은 가산W몰에 대한 4회차 공매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1회차(9차례)·2회차(9차례)·3회차(8차례)에 걸쳐 공매에 부쳤지만 한 번도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에 실패했다.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기도 했으나 인수자가 없어 공매로 재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4회차 공매는 4차례 진행한다. 지난 7일 최저 입찰가 980억원에 시작했으나 두 차례 유찰되면서 946억원까지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최저입찰가는 930억원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최초 감정평가 당시 평가받았던 2602억원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몸값이 쪼그라든 것이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공매보다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는 방식도 추진했지만 신청한 업체가 없었다”며 “잔금 납부다 2달로 기간이 촉박해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공매도 유찰될 경우 5회차를 진행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산W몰은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 쇼핑몰이다.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 위치해 있어 오랜 기간 ‘랜드마크’ 역할을 했다. W몰을 운영하던 원신더블유몰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경영난에 빠지자 2022년 5월 부동산 개발업체인 예인개발에 지분을 매각했다.
예인개발은 가산W몰 건물과 토지를 매입해 지식산업센터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브리지론(땅값 등 초기 사업비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해 지난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대주단은 자금 회수를 위해 해당 부지를 공매로 넘겼다.
대주단은 메리츠캐피탈(600억원), 리드에셋대부(200억원) 등 선순위 850억원과 헤리티지자산운용(100억원), 지니어스랜드(30억원) 등 후순위 13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최저입찰가가 900억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후순위 대주단은 공매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낙찰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PF 정상화 정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본 PF 전환이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지식산업센터는 ‘투자자 무덤’이나 다름없는데 가산W몰을 낙찰받더라도 신규사업 투자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지식산업센터는 수익성이 떨어지는만큼 오피스텔 등 대안을 찾아야하는데, 비아파트라 수익성이 크지 않다”며 “가산동 일대는 서울에서 주택 가격이 높지 않은 외곽 지역으로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산W몰의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 대비 1000억원 이상 떨어졌지만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