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가자수 3000명→200명으로 급감
동력 잃자 HBM 현장 집회로 사측 압박 수위↑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지난 8일 오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 차질을 겨냥한 집회를 개최했다. 3000명이 넘던 총파업 참가자수가 12일에는 200여명으로 크게 줄며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가장 생산 차질 타격이 클 것으로 꼽히는 HBM 라인을 정조준해 강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삼노는 파업 5일차인 12일 평택캠퍼스 D램 생산라인 식당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곳은 HBM도 만들어지는 현장이다. 전삼노는 전날 레거시(구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흥캠퍼스 8인치 라인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앞서 전삼노는 ‘생산 차질’을 파업 목표로 내걸고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HBM은 (사측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반도체”라며 HBM 장비를 멈추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집회 참가자 수가 크게 줄었다.
지난 8일 총파업 결의대회 당시 노조 추산 참가자는 4000~5000명, 경찰 추산 참가자는 3000여명 이었다. 그러나 11일 8인치 라인 건물 앞 집회에서는 350여명으로, 12일 평택캠퍼스 집회에서는 200여명으로 감소했다. 전삼노는 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홍보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는 15일 기흥캠퍼스, 16일 화성캠퍼스에 이어 온양캠퍼스 등 핵심 사업장에서 집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제공] |
파업 동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HBM 생산 현장 집회를 통해 사측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BM 시장은 최근 AI 가속기 물량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곳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하루 빨리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품질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하반기 공급이 에상된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한발 뒤처지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HBM3E 양산에 나서며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
HBM은 범용 D램과 달리 고객 맞춤형 특성이 강하다. 엔비디아나 AMD 등 빅테크 기업들과 긴밀히 협업해 성능, 용량 등 스펙을 맞춰야 한다. 또한 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생산 안정성이 중요하다. 총파업 이슈로 생산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면 고객사와의 신뢰도 하락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편, 전삼노는 이번 파업으로 8인치 라인 3일간 생산량 감소, 8인치 지원 인력 파업, 8인치 물량 대폭 하향 조정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8인치 라인은 수작업이 많아 상대적으로 인력 의존도가 높다.
이에 대해 사측은 현재까지 생산 차질 없이 정상적으로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정은 대다수가 자동화로 이뤄지고, 사측이 결원에 대해 대체 인력을 투입하고 있어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