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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버투어리즘이 뭔가요”…美 관광객에 취한 리스본[원호연의 PIP]
달러 강세에 유럽 남부 관광업 호황
포르투갈, 거침없는 경제성장…獨 침체와 대조
물가·임대료 급등에 인재유출 부작용도
[EPA]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파리, 바르셀로나 같은 유럽의 유명 관광 도시들 마저 엔데믹 이후 몰려드는 관광객들에 지쳐 관광 제한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두손 들고 관광객을 환영하는 도시가 있다. 바로 미국 관광객 증가로 경제가 부흥 중인 포르투갈 리스본이다. 다만 관광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다른 산업은 쇠퇴하는 부작용도 목격된다.

숙박비를 하루 1000달러나 받는 럭셔리 호텔 이벤스를 운영하고 있는 곤살로 디아스는 요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달러 강세에 힘입어 리스본에 몰려드는 미국인 관광객 덕분에 호텔 영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45년간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있다고 환호했다. 그는 곧 호텔 지하실에 재즈 클럽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포르투갈에는 최근 이웃 국가 스페인에서 온 관광객보다 미국 관광객이 더 많다. 달러 강세와 코로나 엔데믹으로 포르투갈의 관광산업 매력도가 한껏 올라갔기 때문이다.

2020년 1달러당 0.8유로 수준이던 환율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가치가 높아지면서 한때 1유로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나오면서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1달러당 0.95유로 수준을 넘나드고 있다. 미국 관광객들이 유럽에 와서 돈을 쓰는 데 느끼는 부담이 훨씬 줄어든 셈이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투어에 관광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AFP]

난생 처음 포르투갈을 방문한 아메시아 크로스 미국 정치전략가는 “말 그대로 지금 미국인들은 포르투갈을 가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크로스는 6일간의 여행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첫 리스본 콘서트를 즐겼고 리베르다데 거리에서 쇼핑 삼매경에 빠졌다. 그의 친구 중 여럿이 같은 기간에 리스본을 방문했다.

관광업의 활황에 힘입어 포르투갈의 GDP는 2019년에서 2024년까지 8% 성장했다. 같은 기간 독일이 1% 미만으로 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해 GDP의 1.2%라는 보기 드문 재정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는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09년 최저치인 95%로 떨어질 전망이다.

물론 이는 포르투갈만의 현상은 아니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피그스(PIGS) 국가들이 독일을 뛰어 넘는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 인구의 5%만이 사는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전체 국제 관광 수입(달러 기준)의 약 3분의 1인 5조 달러 이상을 쓸어담았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다만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작고 미국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포르투갈에서 그 효과가 극적으로 체감되고 있다.

관광업은 현재 리스본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 이상을 창출하고 있고 일자리 4개 중 1개를 제공하고 있다. 카를로스 모에다스 리스본 시장은 최근 주민들의 지방 소득세를 인하했다. 청년층과 노년층을 위한 무료 대중교통 이용 정책도 내놨다. 지난해 지역 경제성장률이 9.2%에 달하고 세수가 팬데믹 이전보다 20% 이상 증가한 덕분이다.

모에다스 시장은 “리스본은 통근자를 포함해 매일 인구가 2배로 늘었다 줄어드는데 관광객은 고작 하루 3만5000명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오버투어리즘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는 관광업의 그림자는 리스본에서도 짙다. 많은 주택이 에어비앤비 등으로 쓰이면서 빠르게 상승하는 임대료가 대표적이다. 평균적인 포르투갈 직장인은 한달 세후 약 1000유로 가량을 벌고 2%만이 2000유로 이상을 벌고 있는데 리스본의 원룸 아파트 구입가격은 50만유로, 월세는 1200유로를 넘어서고 있다. 리스본 인근 도시 임대료도 덩달아 상승 중이다.

생활 환경이 어려워지자 포르투갈 학생들은 국내를 떠나 해외로 유학을 떠나면서 인재가 유출되고 있다. 라켈 바렐라 리스본뉴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학생들이 전체 3분의 1에 달한다. 학교들 역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관광업에 교사들을 빼앗기고 있다.

관광업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제조업 등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의 위축되는 소위 ‘해변병’도 우려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어렵게 관광 관련 투자를 늘렸다가 상황이 바뀌면 경제적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보험사 코파세의 마르코스 카리아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 입장에서 호텔이나 레스토랑을 열게 하는 것은 자본 집약적이고 투자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첨단 제조업을 육성하도록 장려하는 것보다 쉽다”면서 “관광이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작동하면 굳이 독창성을 찾고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고통을 감내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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