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업 협력업체 등 산업 생태계에 영향 커” 지적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촉구하며 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은 위기가 아니다. 회사는 10년 간 계속 위기라고 외치고 있다. 최근 HBM 등 사태는 노조가 아닌 경영 리스크다.”(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선언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 측이 현재 삼성전자의 위기가 아니라며 보상을 늘려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삼노가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강행한 것을 두고, 첨단 반도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노사 화합이 아닌 극단으로 치닫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상을 요구하는 이면에는 민노총 가입을 목적으로 하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전삼노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설립 이후 최초의 파업이다. 내달 7일 조합원들의 단체 연차 사용을 통해 첫번째 파업을 진행한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8000여 명이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24시간 버스 농성도 이어간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 |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 악화 시기에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노조는 삼성전자가 위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노조가 봤을 때 삼성은 위기가 아니다”라며 “회사는 10년간 계속 위기라고 외치고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위기라는 이유만으로 노조가 핍박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도 “사실 최근의 HBM 사건이나 이런 일들은 노조 리스크가 아니라 경영 리스크 사태”라며 “삼성 직원들이 정당하게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 때문에 사기가 엄청 떨어져 있는 것이 가장 큰 경영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HBM 위기는 결국 직원들이 나서서 열정을 다하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며, 삼성은 그런 저력이 있는 회사”라며 “삼성에 똑똑하고 유능한 직원들이 많아 마음만 먹으면 극복할 수 있는데 회사에서 정당한 보상을 해주지 않아서 그런 마음을 먹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한 보상의 부재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어 최근 HBM 사태 등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 부위원장은 “삼성의 사내 유보금은 140조원이 넘는다. 삼성이 1년 못 벌었다고 망가질 회사인가”라며 “최근 내부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경력직으로 죄다 이탈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직원들을 잡기 위해서는 보상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돈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고 투명한 보상을 바라는 것”이라며 “지난해 적자로 직원들의 성과급은 0원이었는데 임원들은 LTI 제도로 2억여원씩 가져가거나 퇴임 임원이 172억여원을 받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3년 간 경영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장기성과 인센티브(LTI, 롱텀 인센티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임원들의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1인 기준으로 1억~2억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민지 기자. |
삼성전자의 사상 첫 파업이 가질 여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게자는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경제 및 일자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 많은 연관기업 및 협력업체와 다양한 산업생태계를 만들고 있어 노조의 파업 선언에 따른 우려가 크다”며 “삼성전자 노조는 투쟁을 선언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사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전삼노의 노사 갈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초기업노조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근 행보와 민주노총 회의록을 보면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 그 목적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측은 파업 강행 시 노동법 허용 범위에서 가용 수단을 동원해 경영과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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