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신희타 단지도 입주자 제안 이름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민간 아파트 이름이 건설사 브랜드는 물론 여러 외국·외래어를 조합해 점점 어려워진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공주택 사이에서도 공공주택인 것을 드러내지 않는 영어 이름 선호 현상이 늘고 있다. 특히 한글과 고유 지명 이름을 담자며 책자까지 발간했던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영어 단지명을 쓰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29일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최근 ‘방화 스카이포레’ 상표를 출원했다. 이는 SH가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인 ‘서울리츠 행복주택’에 적용될 단지명이다. SH는 내부 공모와 선호도 조사를 통해 이 같은 단지명을 선정했다. 해당 단지명은 SH 홈페이지 방문자 선호도 1위인 것으로 전해진다.
방화 스카이포레는 공항과 인접하고(스카이), 꽃이 피는 개화산(포레)이 가까운 점을 강조한 단지명이다. 앞서 단지명 후보 중에는 ‘방화’에 순우리말인 ‘하늘마루’, ‘하늘꽃’ 등을 더한 단지명도 후보로 나왔지만, ‘팻네임’이 조합된 아파트 이름이 호응을 얻은 것이다. 아파트 팻네임은 단지의 입지, 환경 등을 반영한 애칭이다. 입지 중요성을 나타내는 ‘센트럴’, 공원을 뜻하는 ‘파크’, 강을 가까이 뒀다는 의미로 ‘리버’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민간 아파트들이 단지명 또한 재산가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외국어를 잔뜩 합성한 이름을 택해 비판을 받았는데, 민간 단지뿐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등도 가리지 않고 외국어 이름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오히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어풍 단지명으로 공공주택 이미지를 지우려는 풍토가 강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창원에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주택 입주예정자를 대상으로 입주예정자 제안 브랜드 ‘포엘른(FOELLN)’에 대한 찬반 투표를 했다. 그 결과, 계약자 과반이 찬성하며 LH 브랜드 ‘안단테’가 아닌 해당 브랜드가 적용될 예정이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LH 공공주택 30여곳에서 아파트 명칭에서 LH를 지운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2곳 이상의 단지에서 개명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는 생소한 외래어 일색 대신 읽기 쉽고 아름다운 한글로 단지명을 바꾸자는 의식과는 상반된다. 지난 3월 서울시는 공동주택 단지 명칭에 한글과 고유한 지명을 담은 이름이 자리 잡도록 돕는 ‘새로 쓰는 공동주택 이름 길라잡이’ 책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을 바탕으로 아파트 이름에 우리말 사용을 권장했다. 또한 ‘더퍼스트’, ‘센트럴’ 등 단지 구분을 위한 애칭이 오히려 넓게 활용되기는 어렵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런 권고는 강제성이 없어, 집값의 영향, 고급스럽게 보이기 위한 외래어를 첨가하는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아파트 작명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데, 영어 이름을 쓰면 고급스럽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너무 어렵고 이해가 어려운 이름은 주소명을 정할 때 강력히 행정지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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