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 여름 복귀 가능성도 거론
멈춰선 투자 시계…신성장 동력 ‘시급’
‘M&A 귀재’…사업확장 적극 나설 듯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계열사를 동원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횡령·배임)를 받고 있는 이호진(가운데)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사진은 이 전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복귀 시기는 올 여름으로 점쳐진다. 앞서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사법리스크가 해소돼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이로써 10여년에 걸친 회장 ‘장기 공백’으로 멈춰 섰던 태광그룹의 투자 시계도 다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 안팎에서는 이 전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사법리스크 부담을 덜어낸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이 전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횡령·배임)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전 회장의 복귀가 급물살을 타는 것은 태광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그룹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만큼 복귀를 계속 미루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전 회장이 복귀하면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지난 10여년 동안 태광그룹의 투자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로 위기극복에 나선 다른 기업들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 기간 동안 태광그룹의 재계 순위는 36위(2018년)에서 52위(2023년)로 추락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 출소 이듬해인 지난 2022년 12월 향후 10년간 제조, 금융, 서비스 부문에 총 12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사면복권에도 이 전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재발하면서 총수 공백 상태가 이어지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의 복귀와 책임경영이 시급하다고 보는 이유다.
태광그룹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의 모습. [연합] |
이 전 회장은 재계 내에서도 ‘M&A 귀재’로 꼽힐 만큼 추진력 있는 경영스타일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2004년 회장직에 오른 뒤 적극적인 M&A를 통해 기존 석유화학, 섬유 중심의 사업분야를 대폭 확장, 그룹을 계열사 50개의 대기업 반열에 올리기도 했다. 계열사 중 티브로드(케이블TV), 쌍용화재(현 흥국화재해상보험), 피데스증권중개(현 흥국증권), 예가람저축은행 등이 이 전 회장 주도로 인수한 곳이다. 이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태광그룹이 추진한 M&A는 단 한 건도 없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태광그룹이 투자계획을 구체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통한 책임경영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구속영장이 기각된 만큼 조만간 수사가 마무리되면,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 시기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복귀하면 첨단소재, 이차전지 등 전기차 관련 신소재 등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새로 선임된 성회용 태광산업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국내 기업들이 특히 부족했던 첨단소재와 관련해 새로운 신소재를 발굴하고 제조하는데 역량을 올려야 한다”며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다양한 산업과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돼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 받고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된 이후 경영 복귀에 법적 걸림돌은 없는 상태다.
다만, 경영 복귀를 준비하며 실시한 그룹 내부 특별감사에서 그룹 내 2인자였던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의 공사비 대납·사익 편취 의혹을 포착했다. 태광그룹은 김 전 의장을 해임하고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고, 김 전 의장은 이에 맞서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고발하며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그룹의 경영협의회 의장은 공석이라 이 전 회장이 이 자리에 오르면서 정식 경영 복귀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앞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한 사내이사 선임 등의 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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