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인 AI(인공지능) 기술에서 앞서가는 국가가 세계 시장을 호령할 것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초거대·생성형 AI 생태계를 보유한 5대 국가 중 하나이자 글로벌 AI 경쟁력 순위 6위로 세계 상위 수준이지만 가장 앞선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다.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토터스인텔리전스의 ‘2023 글로벌 AI지수’에 따르면 미국(1위)을 만점인 100으로 놓았을 때 중국(2위)은 61.5점, 한국(6위)은 40.3점에 불과했다. 싱가포르(49.7점)와 영국(41.8점)도 우리보다 높았다. 부문별로는 민간투자가 18위, 연구수준은 12위에 그쳤다. 세계 주요 국가가 미래 사회의 핵심 기반인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선도국가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민·관·학계를 망라한 AI 최고위 거버넌스 ‘AI전략최고위협의회’ 출범식을 갖고 3대 강국(G3) 비전을 내놓은 배경이다.
과기정통부와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AI 대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2026년부터 경제적 효과가 연간 310조 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2236조 원의 13%에 달하는 수치다. 분야별로는 서비스업 135조 원, 제조업 77조 원, ICT산업 24조 원 등이다. 매출 증대가 GDP로 연결될 경우 2026년부터는 AI 도입이 성공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연평균 최대 1.8%포인트 수준의 추가 경제성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AI혁신이 저출산·고령화로 1~2대% 박스권에 갇혀있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한단계 끌어올릴 마중물인 셈이다.
문제는 AI 대전환 골든타임이 길어야 2년 정도라는 점이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과학기술의 시대에 2년은 판도를 확 뒤바꿀 시간이다. 선도국은 격차를 더 벌리려 할 것이고 후발주자들은 우리를 추월하려 안간힘을 쓸 것이다. AI용 메모리 특수로 반도체 부문이 5개 분기만에 흑자전환한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에 더 매진해야 할 것이고 이동통신사들은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혁명의 기반인 6G(6세대) 통신시장을 주도함으로써 AI 대전환의 승자가 돼야 한다.
AI 글로벌 대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와 국회가 AI 투자 활성화와 인재 육성, 초격차 기술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전방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규제 혁파와 제도 개선을 통해 AI 산업이 내실 있게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도 힘써야 한다. 국가명운이 달렸다는 비장한 각오로 총력전을 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