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황희두 “살아있는 이재명한테 잘해라”
전해철 “양 후보의 막말은 실수가 아니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하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외부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오히려 ‘집안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양 후보의 공천 재검토 여부를 두고 ‘친노(친노무현계) 진영’에서 분열 조짐이 감지되면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양 후보의 공천 재검토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재검토 요구가 있었고 재검토 여부는 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절차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선거 지휘는 선대위가 하지만 공천은 최고위가 하는 것”이라고 했고, 김부겸 선대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양 후보 공천에 대해)재검증을 요청했으니까 당에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에 양 후보의 공천 재검토 여부는 이 대표의 입장이 핵심이다. 이 대표는 양 후보의 공천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중을 거듭 드러냈다.
이 대표는 전날 양 후보 공천 철회 여부에 대해 “발언이 지나쳤고 사과를 해야 한다. 과거에도 사과를 했던 걸로 안다. 또 사과를 하고 있다”며 “그 이상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정치인을 비판한 것은 문제 삼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양 후보를 향한 비판을 외부로 돌리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에게 막말·쌍욕·비난한 집단이 있다”며 “노 전 대통령 비난은 국민의힘이 원조”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현역 의원이 참여한 극단인 ‘여의도’가 무대에 올린 연극 ‘환생경제’를 언급한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치 풍자극을 표방한 해당 연극에서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욕설이 섞인 대사를 연기해 논란이 됐다.
이 대표가 비판의 화살을 국민의힘으로 돌리고 있지만, 양 후보의 공천 문제를 놓고 당내 갈등은 2라운드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당내·외 친노 인사들 사이에 공방이 오가면서다.
황희두 노무현 재단 이사는 이날 ‘최근 목소리 낸 정치인들에게 노무현 정신이란 무엇입니까?’라는 글을 통해 전해철 민주당 의원을 겨냥했다.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권유로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최근 양 후보와의 경선에서 졌다.
황 이사는 ‘노무현 정신은 지켜져야 한다’고 밝힌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다들 도대체 ‘노무현 정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유시민 전 이사장 말씀처럼 살아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나 좀 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전날 유튜브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양 후보의 표현이) 공직자로서 자격 유무를 가릴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건 너무 명백하다”며 “안 계신 노 대통령 애달파하지 말고, 살아있는 당 대표한테나 좀 잘하라”라고 했다.
앞서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양 후보의 막말은 실수가 아니다”며 “세상을 보는 시각이자 인식의 표출”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와 ‘친노 적자’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도 양 후보자 공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분당갑에 공천을 받은 이 전 총장은 통합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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