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법인 자본잠식…손실 1400억원
온라인 시장 확대에 백화점 수요↓
롯데백화점 청두점. [롯데 제공]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롯데의 중국 현지법인이 부채의 늪에 빠졌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 사태 이후 중국 시장 철수를 진행 중이지만 수년째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 오프라인 매장 사업 매력이 떨어지며 롯데가 매각 추진에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은 종속기업 LOTTE PROPERTIES (CHENGDU) HK(청두 HK)에 대한 채무보증을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은행 3곳에 대한 채무보증 금액은 총 3241억원이다. 연장 기간은 내년 3월까지다.
2009년 설립된 청두 HK는 롯데가 '중국 청두 반성강 프로젝트 복합개발 사업' 일환으로 롯데백화점 청두점을 운영하는 현지 법인이다. 롯데쇼핑은 청두 HK 지분 73.5%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다. 2대 주주는 16.2%를 보유한 호텔롯데다.
롯데는 롯데백화점 청두점과 선양 롯데타운 건설 사업만 정리하면 사실상 중국 사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롯데는 사드 보복 사태 직격탄을 맞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사업 철수에 나서 2022년 중국HQ를 청산했다.
롯데쇼핑은 2022년 롯데백화점 청두점을 매각하기로 결정했으나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그 사이 청두 HK는 자금난에 직면했다. 자산은 2020년 5040억원에서 2021년 4156억원, 2022년 3061억원으로 줄어드는 반면, 부채는 2020년 3431억원에서 2022년 4006억원까지 늘어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4억원에서 1418억원으로 폭증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급성장하는 반면 백화점 등 오프라인 분야는 설 곳이 줄어들며 사업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전문가포럼을 통해 “이전에는 명절이 다가올수록 오프라인 유통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우렁찬 목소리가 있었다면 현재는 휴대폰 스크린 뒤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철수 마무리가 늦어지면 롯데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롯데쇼핑 해외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9.6% 감소한 194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청두점 구조조정 충당금 50억원 등이 반영된 감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 남은 사업 매각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 중”이라며 “이미 매각을 준비하고 장기화된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추진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mp125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