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사도우미 시간당 임금이 대만·홍콩의 4배가 넘고 간병비 부담은 월 370만원에 달한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나왔다. 돌봄 서비스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평균 임금이 300만원인데 고스란히 육아 도우미 비용으로 빠지고, 간병비는 65세 이상 가구의 지불 여력을 한참 초과한 상태다. 돌봄 서비스 비용에 모두가 허리가 휠 지경이다.
한은이 내놓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에 따르면 2022년 내국인 가사도우미의 시간당 임금은 1만1433원으로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1721원)의 6배 수준이다. 실제 육아도우미 구인에 월 290만원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 간병비는 더하다. ‘부르는 게 값’인데다 텃세도 심해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도 못한다. 오죽하면 ‘간병지옥’이라는 말이 나오겠나. 비용 상승폭도 가팔라 지난해 간병비 및 가사도우미 비용은 2016년에 비해 각각 50%, 37%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2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월급을 받아도 남는 게 없으니 육아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게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국가적 경제 손실이 2042년 46조~77조원에 이른다.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이 막대하다는 의미다.
앞으로가 더 큰 일이다. 지난해 모자란 인력이 19만명인데 2042년엔 61만~155만명까지 커진다. 현재 돌봄 서비스직 종사자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50~60대가 일할 수 없게 되는 나이가 되면서 공급 부족이 더 커지는 것이다. 돌봄 가격은 더 뛰고 경제활력은 더 줄 수 밖에 없다.
대안은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외국인 도우미를 도입하되 차등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외국인을 고용해도 최저임금이 중위 소득의 61%를 차지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외국인 돌봄 비용이 충분히 낮아져야 이용도 늘고, 육아나 간병 대신 원래 일터로 돌아가는 게 가능하다. 실제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이 여성 평균 임금의 25%까지 떨어지면서 여성 경제활동도 늘어났다.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개별 가구의 외국인 직접 고용도 방법이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이런 식으로 한국의 15∼24%의 비용으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은 더 미룰 사안이 아니다. 노동계는 돌봄 서비스직의 임금수준을 높이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지만 간병비 부담만 커지고 재정적자를 키울 뿐이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놓고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