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중형조선사에 더 심각…다각도 해법 시급”
대한조선 전경 [대한조선 제공]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지난해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중형선박 발주량이 늘어나며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정작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들며 대형조선사를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 반면, 중형조선업계는 지난해 대선조선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기반이 약화된데 따른 것이다. 조선산업은 국가전략적 중요도가 높다는 점에서 다방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중형선박(탱커·벌크선 기준 1만DWT(재화중량톤수) 이상, 선박 총길이 기준 100~300m 미만급) 발주량은 1049척, 203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신조선 시장에서 중형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48.9%로, 이 역시 전년(38.1%) 대비 확대됐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조선사의 중형선박 수주량은 66척, 144만CGT로 전년 대비 15.5% 줄었다. 세계 중형조선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점유율도 2022년보다 1.1%포인트(p) 하락한 6.3%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만 49척, 107만CGT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을 뿐, 그 외 중형조선사들의 수주는 17척, 37만CGT로 전년 대비 35.7% 감소했다. 국내 중형선박 수주 비중은 현대미포조선 74.4%, 중형조선사 25.6%로 집계됐다.
중형선박 시장에서 탱커와 LPG선 위주의 가스선 발주량이 각각 전년 대비 123.0%, 118.4% 늘어나며 수요가 대폭 늘었으나 정작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는 아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케이조선 탱커선. [케이조선 홈페이지 캡처] |
주요 원인으로는 국내 중형조선업계의 기반 약화가 꼽힌다. 그간 중형조선업계는 케이조선(구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HJ중공업(구 한진중공업) 4개사 체제로 운영돼왔으나, 지난해 하반기 대선조선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수주영업 참여 조선소가 축소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업계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인력난 역시 자체 대응 능력이 약한 중형조선업계에 더욱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형조선사 입장에서 인력난에 의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지연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위험이 있는 만큼, 무작정 수주를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조선산업은 국가 안보차원의 필요성에 따라 대·중·소 선종 및 조선소 등을 다양하게 보유할 필요가 있다. 실제 미국이 ‘존스 액트(Jones Act, 미국 내 선박수송시 운항선박은 미국 내, 또는 미국민이 소유·운영하는 항구·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는 강제규정)’를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더 이상 중형조선업계의 기반이 약화되는 것은 막아야할 것”이라며 “인력문제는 업계 자체적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사안으로, 해외인력 도입뿐 아니라 중장기적 숙련도와 경쟁력 개선을 위한 국내 인력 양성 등 다각도의 해법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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