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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플랫폼법 무기 연기, 첫 단추부터 잘못 뀄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이 무기 연기됐다. 플랫폼법은 기존 전자상거래법 등에서 제외돼 있는 거대 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 팔기, 경쟁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 반칙을 막자는 규제다.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거하겠다며 입법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결과적으론 당분간의 입법이 무산됨으로써 공정위 입장은 난처하게 됐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의 백지화는 아니며 연내에 추진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22대 국회로 넘기겠다는 의미다.

플랫폼법이 미뤄진 것은 규제 대상으로 거론돼온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공룡’의 반발 뿐만 아니라 법안 수혜자로 예상됐던 중소벤처, 특히 스타트업들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거대 플랫폼이야 그렇다고 해도, 스타트업까지 저항할지는 몰랐던 것이 공정위의 실착이었다. 벤처기업협회가 “(플랫폼이 시행되면) 벤처기업의 혁신 시도가 위축되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성장이 정체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반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좋지만, 자칫 플랫폼 기본 생태계가 무너지고 오히려 벤처 플랫폼이 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 상공회의소가 한국의 플랫폼법을 두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위반 가능성과 한미 통상문제 연계를 운운하며 공개적으로 브레이크를 건 것도 공정위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상의의 속셈은 당연히 자국기업 보호다. 구글이나 애플 등은 규제를 받으면서 중국 빅테크 기업에 날개만 달아주는 꼴이고, 자국 기업은 한국시장에서 침체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300만곳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미 상의는 미국 정부와 의회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큰 곳이다. 미 상의의 속내는 둘째치고라도, 한미 무역 합의 위반 갈등으로 불거질 ‘경우의 수’를 공정위가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적극적인 플랫폼 입법 공언과 잡음, 후퇴 과정을 보면 뭔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플랫폼법 핵심인 ‘사전지정제도’의 투명성 확보에 실패했고, 벤처플랫폼 생태계의 진화를 위해선 독과점 규제부터 단행해야 한다는 명분을 쌓는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을 이미 만들었고, 다음달 시행한다. 미·중의 공룡 플랫폼에 맞서 자국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간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게 글로벌 흐름임을 감안하면, 우리에게도 새로운 플랫폼법은 두 말할 것 없이 필요하다. 플랫폼법을 다시 추진한다면 첫 단추부터 잘 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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