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부터 늦게는 저녁 8시까지 학교가 아이를 돌봐주는 늘봄학교가 새학기부터 전국 2000여개 초등학교에서 시작된다. 2학기에는 1학년 전체, 내년에는 1,2학년, 내후년에는 모든 학년이 무료로 맞춤형 프로그램 이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전격 확대한 것인데,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걱정을 덜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선 충분한 돌봄 인력과 공간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늘봄학교는 정부가 교육의 힘으로 저출산 활로를 열어보려는 시도다.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인 아이 돌봄과 사교육 부담을 정부가 떠맡겠다는 취지다. 학부모 반응도 나쁘지는 않다. 오전 수업만 하고 끝나는 저학년은 부모가 퇴근하기 까지 공백 시간이 길어 아이를 맡기거나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게 대여섯 곳 학원을 도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학원 차를 잘 탔는지 집에 잘 도착했는지 불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덩달아 아이 돌봄과 사교육비도 늘어나 허리가 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라는 안전지대에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돌봐준다는 데 반기는 건 당연하다. 실제 지난 1~8일 교육부가 학부모 34만명 중 15.4%(5만2655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83.6%(4만4035명)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문제는 일선 교육현장에서 준비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인력과 공간 부족에 교사의 업무가 가중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기존 교원에 새로운 업무 부담이 더해지지 않게 전담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당장 3월부터 시행예정인 초1 돌봄 인력 지원은 빠졌다. 전담할 행정 업무 인력도 마찬가지다. 교실 수업공간을 방과 후엔 돌봄 공간으로 바꿔야 하는 곳들도 많다고 한다. 서두른 감이 적지 않다.
기반을 갖추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그 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다. 아이와 학부모들이 선호할 만한 프로그램으로 사교육보다 낫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그래야 부모가 아이 걱정도 덜고 사교육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그러려면 지역 공동체, 돌봄 센터, 기업과 대학을 연계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프로그램 질을 높여야 한다. 지역마다 모델이 같을 필요가 없다.
많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제대로 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데에 있다. 머리를 싸매고 수요자에게 맞춘 좋은 프로그램을 꾸준하게 개발·공급한다면 외면 당할 이유가 없다. 방과 후 학교와 돌봄 교실에 아이를 맡겨 본 학부모들의 평가를 귀담아 듣고 고칠 건 고쳐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