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피해에 조기 수습 나섰지만…‘완전한 봉합’은 숙제
김경율 거취 쟁점으로…“설 연휴 이후 재부상할듯”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예정에 없던 만남을 가졌다.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까지 번진 양측의 갈등이 이틀 만에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발생한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의 이례적 충돌에 여권 내 불안감이 짙어지자 양측 모두 서둘러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갈등의 불씨였던 명품백 수수 의혹 등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는 숙제로 남았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 조우는 양측이 적극적으로 일정을 조정하며 성사됐다. 한 위원장은 당초 사무처 순방에 동행하기로 한 장동혁 사무총장이 지역구인 서천 화재를 이유로 불참 의사를 전하자, 순방 일정을 미루고 화재 현장 방문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의 서천 방문 소식을 접한 윤 대통령도 일정을 앞당겨 동행했다. 녹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먼저 도착한 한 위원장은 눈을 맞으며 15분간 대기했고, 윤 대통령이 도착하자 ‘90도 인사’로 맞았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를 한 뒤 팔을 툭 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두 사람은 나란히 소방당국의 보고를 받고 함께 현장을 시찰했고,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함께 상경했다. 윤 대통령이 궂은 날씨를 이유로 같이 갈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동행한 당 지도부 인사와 함께 화재 피해자 지원책과 민생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역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갈등은 봉합이 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저는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게 변함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수습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여권에서는 “완전한 승리도, 완전한 패배도 있어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충돌이 격화될 경우 당정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단 것이다. 이번 화재의 피해자가 설 대목을 앞둔 시장 상인들이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화마로 상인들이 피해를 입은 만큼 정치적 고려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로서 당연한 방문”이라고 강조했다.
갈등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완전한 봉합’까지 갈 길은 멀다. 갈등의 불씨가 됐던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조만간 국회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등에 대한 당정의 입장 정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서울 상경 열차에서도 관련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은 앞서 김 여사를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해 논란을 빚은 인물로, 대통령실에서는 그의 서울 마포을 출마가 한 위원장의 ‘사천(私薦)’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당 내에선 김 위원의 지역구 출마를 명분으로 한 자진사퇴가 출구전략으로 거론되지만, 정작 김 위원은 사퇴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장 갈등 확산은 막았지만, (공천 윤곽이 나오는) 설 연휴 이후 다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 주도권 문제를 놓고 2차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경율 위원을 갖고 줄다리기 양상으로 갈 것”이라며 “어설픈 봉합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