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왕좌를 누릴 것 같던 애플이 글로벌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추월당한 것은 인공지능(AI)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를 대변한다. 결론적으로 애플은 ‘스마트폰 총아’라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했고, MS는 누구보다 발 빠르게 인공지능 DNA를 장착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MS는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톱에 올랐다. MS 시총은 2조8900억달러(약 3800조원)로 뛰어오르며, 애플(2조8700억달러)을 정상에서 밀어냈다. 한동안 시총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AI를 내세운 MS의 거침없는 질주는 예정된 코스로 보인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 개막한 지난 2012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자리해왔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잠시 MS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금세 톱 자리를 만회하고 전 세계 최고의 몸값 기업의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애플의 위험신호는 감지됐다. 경기에 민감한 소비재 제품 위주의 애플이 최고왕국으로서의 성장 한계성에 직면했다는 투자 측면에서의 부정적 시그널이 적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가 중국의 ‘애국소비’가 겹치며 고전하는 기미도 보였다. 반면 MS는 챗GPT 혁명을 주도한 오픈AI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 생성형 AI 챗봇 ‘코파일럿’도 개발해 자사의 모든 제품에 접목했다. 이처럼 애플이 AI에 소극적으로 임할 때 글로벌 빅테크 중 가장 빠르게 AI 도입에 공력을 쏟아부은 곳이 MS다. AI에 대한 이 같은 적극적 대응이 MS 전성시대를 연 셈이다.
미래 성장에 AI를 탑재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번 ‘CES 2024’가 여실히 입증했다. 그동안의 CES는 가전이나 스마트폰이 대세였지만 앞으로의 CES는 A부터 Z까지 온통 AI가 차지할 것임을 확인한 자리였다. 기업의 AI 능력이 곧 성장·투자의 잣대가 된 시대가 본격화한 것을 보여준 것이다. 현재도 세계 시총 톱 10 중 6곳이 AI기업이다.
MS의 시가총액 1위 탈환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모바일혁명의 상징이었던 애플보다는 AI 시대를 주도할 MS 미래 경영에 더 큰 베팅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에 시사점을 준다. 한때 공룡기업으로 통했던 MS가 고루한 방식을 버리고 스타트업처럼 유연하게 조직을 바꾸고 인공지능 DNA을 선제적으로 수혈한 것도 배울 만하다. 올해 CES 2024 혁신상 수상 기업 중 46%가 한국 기업이다. 대체로 스타트업 기술로, AI 기반은 탄탄하다는 뜻이다. 정부 지원 속에 기업들이 투자에 확신을 주는 AI경영으로 중무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