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자동차 굴기’가 놀랍고도 무섭다. 전기차의 대명사격인 테슬라를 제치고 분기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전기차 약진에 힘입어 중국은 지난해 연간 수출 대수가 세계1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싸기만 한 ‘짝퉁 차’ 취급을 받던 중국 차가 거대한 전기차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젠 가격 뿐 아니라 품질도 잡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약 48만4507대를 팔았는데 이는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판매량(52만5409대)보다 약 4만대 적은 수치다.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 실적 1위에서 밀려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라는 타이틀도 곧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441만2000대로, 전통의 차 수출 강국인 일본의 지난해 판매량(430만대)을 이미 11월에 추월했다.
중국 차가 위협적인 것은 ‘가격만 싼 자동차’라는 꼬리표를 떼고 품질도 인정받고 있어서다 . 지난해 12월 중국 BYD가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른 사실은 상징적이다. 중국 차의 폭발적인 성장 뒤엔 국가 역량을 총동원한 전폭적 지원, 공급망·기술 경쟁력 강화, 탄탄한 내수 시장이라는 3박자 시스템이 있다. 고질적인 대기 오염에 시달리던 중국은 지난 2010년부터 10년 동안 전기차 연구개발에 1000억 위안(당시 약 17조원)을 쏟아부었다. 이후 배터리와 소재·부품까지 중국 내 ‘전기차 제조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업체들에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BYD가 전기차 왕좌에 오른날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서울 양재동 본사 대신 국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재탄생한 광명2공장(기아 오토랜드)에서 신년회를 가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광활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퀀텀점프한 중국 차와는 달리 고군분투하며 지난해 전년보다 6.7% 증가한 730만2451대를 판매했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은 2년 연속 글로벌 판매 3위 수성이다. 큰 자부심을 가질만 하지만 정 회장은 “끊임없는 변화야말로 혁신의 열쇠”라며 체질개선과 변화를 강조했다. 중국 자동차의 무서운 기세를 보더라도 “안주는 곧 정체”라는 정 회장의 일갈은 시의적절하다.
미국, 유럽 등 거대 시장이 중국 자동차 견제를 위한 방벽을 높이 쌓고 있는 기회를 잘 활용하면 한국 차는 더 약진할 수 있다. 정부도 우호적 통상외교 강화와 효율적 지원책으로 한국 차의 영토확장에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