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인 국민의힘이 ‘50세의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긴급 차출한 것은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에 처한 내년 총선에서의 절박한 위기감을 반영한다. 인기절정의 젊고 참신한 한 법무장관을 앞세워 총선 지형도를 확 바꾸겠다는 것이다. 직선 화법과 세련된 이미지에 힘입어 한 지명자는 일약 스타장관에 올랐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선호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바짝 추격할 정도의 ‘잠룡’으로 부상했다. 그 잠재력 활용도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전자는 ‘여의도 문법’ 탈피를 외친 한 지명자의 정치스타일은 좀 다를 것이라는 시각에 기인한다.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의 문법을 쓰겠다”는 말에 대한 일종의 호응이다. 그가 여의도식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 눈높이에 맞춘 당 개혁에 메스를 과감하게 들이댈 적임자로 여기는 이는 적지 않다.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중도층의 마음을 붙잡을 최적의 인물로 꼽는 이도 많다. 후자는 장관과 당 대표 일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에 주목하는 견해다. 스타장관으로 떠오르기까지의 자산이 ‘투사’ 이미지였는데, 당 대표 덕목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 경험이 없어 당 내부 돌출음을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닳고닳은 각종 정치 공세에 휘둘리면서 기존 정치인을 답습할 게 뻔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어쨌든 민주당으로서도 예상은 했다고 하더라도, ‘한동훈 비대위’가 본격 출범하는 만큼 총선 시나리오의 재설정이 다급하게 됐다. 이재명 대표 2선 퇴진론도 재차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여당이 큰 변화음을 일으킨 만큼 야당 역시 이 대표 퇴진까지는 아니더라도 새 총선체제를 위한 혁신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되는 상황이다.
윤석열정부 최연소 국무위원에서 50대 여당 대표로 명함을 바꾸는 영광을 얻은 한 지명자 앞날은 장밋빛만은 아니다.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가장 큰 숙제는 여권 혁신을 주도하고, 새 당정관계를 설정하는 일일 것이다. 한 지명자는 비대위원장 수락 이유에 대해 “서민과 약자의 편에서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고 했다. 행간에 막말과 위선, 협잡, 진흙탕 정쟁에 매몰된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민생정치를 하고 싶다는 뜻이 엿보인다. 그의 바람이 실천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당에서 부여받는 한 지명자의 막중한 책임은 당장 내년 총선의 승리지만, 그것에만 집착해 지나친 ‘정쟁’을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 여도 싫고, 야도 싫다는 이가 많아진 것은 정치에서 민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민생정치는 눈앞의 총선 보다 몇만배, 몇천만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