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 추진 컨테이너선 건조 계획
조선 3사 암모니아선 상용화에 속도
현대미포조선의 4만5000㎥급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의 조감도 [HD한국조선해양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해운업계를 중심으로 암모니아 추진 선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선 발주가 본격화된 가운데 암모니아 추진 컨테이너선 건조 계획도 가시화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암모니아선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컨테이너 운영선사인 NCL은 최근 세계 최초의 암모니아 추진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300TEU 규모의 소형선으로 순수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말한다. 암모니아 생산업체인 야라 클린 암모니아와 함께 선박 운영을 위한 합작사를 만든 뒤 선박을 본격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인도가 목표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무탄소 연료다. 화석연료지만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LNG(액화천연가스), LNG보다 탄소배출이 적고 저장·운송이 편리한 메탄올을 이을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연료로 수소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암모니아 연료는 상대적으로 부피가 크고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수소에 앞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암모니아 레디선(암모니아 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는 선박)은 2021년부터 발주가 시작됐고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선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선급협회(DNV)는 지난달 암모니아선을 공식 대체연료 선박 분류에 추가하기도 했다.
암모니아선 분야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이 앞서나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초 벨기에 해운사 엑스마르로부터 수주한 4만5000㎥급 중형 LPG 운반선 2척에 대해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으로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2026년 5월까지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2020년 국내 처음으로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했고 2021년에는 업계 최초로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본격 가동을 목표로 공사 중인 암모니아 실증설비 투시도 [삼성중공업 제공] |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삼성중공업은 연내 암모니아 실증설비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현재 거제조선소 내 1300㎡ 부지에 조성 중으로 암모니아 추진선의 실선화를 위해 삼성중공업이 개발해 온 기술의 성능을 평가하고 신뢰성·안전성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시험시설)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부터 선사, 선급, 엔진 제조사 등과 공동으로 암모니아 추진 선박 기술 개발을 지속해 왔다. 말레이시아 선사인 MISC, 영국 로이드선급과 함께 암모니아 추진 유조선 건조를 목표로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실선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차세대 에너지원의 하나로 암모니아를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선급협회, 영국 로이드선급 등으로부터 암모니아 운반선은 물론 암모니아 추진 컨테이너선과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고 지난 9월에는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 LNG 운반선에 대해서도 기본인증을 땄다. 오는 2025년까지 자체 기술로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할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8월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확보 자금 중 6000억원을 암모니아를 포함한 친환경 추진체계·운반선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화오션이 개발하는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 |
이러한 조선사의 발 빠른 움직임은 선박 연료 전환 과정에서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가 오랜 기간 효익을 누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선박 연료를 교체해야 하는데 LNG 이후의 대안 연료로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하나의 확실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개조 가능 선박 중에는 암모니아의 비중이 가장 높다”면서도 “언제든 기술과 상업적 혁신이 발생하면 지배적인 대안 에너지로 부상할 수 있는 상황으로 여러 대안 연료를 이용해 일종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업체에 보다 많은 수주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