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쇼이구 국방장관 환대…‘NK-방산’ 추진 나설까?
블링컨 美국무 “러 국방, 평양으로 휴가 가진 않았을 것”
다연장로켓 그라드를 발사하는 우크라이나군 병사.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산 로켓을 러시아군이 아닌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북한산 로켓을 이용해 러시아를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지역에서 옛 소련제 다연장로켓 BM-21 그라드를 운용하는 우크라이나 포병대는 최근 북한산 로켓으로 러시아군을 타격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한 북한의 로켓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사용된다는 점은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해 유엔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이를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141개국의 압도적 지지로 가결할 때 반대표를 던진 5개국 중 하나다.
당시 미국과 각을 세우고,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던 중국조차 기권표를 던졌다.
일단 북한산 로켓은 러시아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모종의 ‘배달사고’로 우크라이나군의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 유리 사크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고문은 “러시아의 탱크와 장비를 노획했다”며 “북한산 로켓도 우크라이나군이 성공적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한 결과로 얻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FT에 구체적인 정보 제공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북한산 로켓은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국가에 의해 러시아군 진지로 전달되기 전 선박에서 몰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북한산 로켓 자체에 대한 신뢰는 크지 않은 형편이다.
우크라이나 포병대 지휘관은 “북한제 군수품은 상대적으로 불발률이 높아 선호하지는 않는다”며 “많은 경우 잘못 발사되거나 폭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신뢰성 문제가 있지만 북한산 로켓을 사용하는 데 만족한다”면서 “최대한 많은 로켓이 필요하다”고 했다.
군사강국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만큼 북한산 로켓은 질보다는 양적인 측면에서 보탬이 된다는 얘기다.
북한산 로켓은 1980~1990년대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TV가 28일 공개한 전날 밤 열린 ‘전승절’ 70주년 계기 열병식 때 등장한 북한 무인기 모습. [평양 조선중앙TV=연합] |
문제는 향후 북한과 러시아의 본격적인 무기 거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 우크라이나와 전쟁 와중에 북한의 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인 ‘전승절’ 70주년을 명목으로 러시아의 국방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모스크바에서 멀리 떨어진 평양을 찾았다는 대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쇼이구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국방안전 분야 상호 관심사와 지역 및 국제 안보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하고 양측이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통신은 더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고 원론적인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침공 뒤 국제사회의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에게 무기 제공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쇼이구 장관과 함께 전승절을 맞아 개최한 ‘무장장비전시회-2023’ 전시회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쇼이구 장관에게 직접 북한군이 장비하고 있는 무기전투기술 기재들을 소개하고 세계 무기체계 발전 추세와 발전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 일행에게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와 무인공격기 RQ-9 리퍼와 흡사한 ‘북한판 글로벌호크’ 전략무인정찰기와 ‘북한판 리퍼’ 다목적공격형무인기 등을 직접 설명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된다.
쇼이구 장관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를 상대로 나름 ‘NK-방산’ 수출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도 쇼이구 장관의 방북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는 분위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호주를 방문중인 29일(현지시간) 쇼이구 장관의 방북과 관련 “그가 그곳에서 휴가를 보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러시아가 전 세계 우호국으로부터 무기 도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곳에서 필사적으로 지원과 무기를 찾는 것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북한에서, 또 이란에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는 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과 전시장을 찾은 데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미국은 북한과 러시아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가 각각 무기와 식량을 교환하려 한다면서 북한이 이미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에 로켓과 미사일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