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혁신에 동참하라는 압박”
李 후원금, 29만에 한도 채워
“갑자기 후원금 모금, 저력 과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에 참석해 서울광장 방향으로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코인투자 논란 등에 이어 혁신기구 출범을 놓고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과 맞물린 시점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을 찾아 민주당 의원실을 돌며 ‘대의원제 개정과 전당원 투표’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 전국대의원들(민대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2인1조로 의원실을 찾아 '개혁열차 모바일 탑승권'과 '이재명과 함께 혁신!, 이재명과 총선압승!'이라 적힌 봉투에 롤케익 등을 담아 전달했다.
이에 대해 '개딸(개혁의딸)' 등 강성 지지층이 친명(친이재명)계가 주장하는 혁신 방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친명계를 중심으로 '대의원제 폐지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 혁신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들이 토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일부 당원들이 집단적으로 한쪽 주장을 요구하며 의원실을 방문하는 상황은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과거 검수완박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압박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이 여당 시절인 2021년, 강성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단체인 ‘파란장미시민행동’ 등은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반드시 전면 실현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의원들에게 보내 서명을 요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1일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롤케이크 등을 돌리며 의원들에게 대의원제 개정을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실 제공] |
당내에서 대의원 폐지는 곧 권리당원 영향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해석이 많다. 당내 권리당원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들을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이 대표의 입지 역시 한층 강화되는 수순이다. 이 대표의 후원금 모금 결과가 이를 방증하는 최근 사례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의원 후원금 연간 한도액인 1억 5000만 원을 모금 시작 29분 만에 채웠다. 후원자 대부분이 10만 원 이하 소액을 후원했으며, 1인 평균 후원금은 약 3만 원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후원 시작 전 페이스북에 ‘잠시 후 11시, 이재명 후원회를 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어 모금을 마감한 후 페이스북에 “후원 요청 29분 만에 모금액을 가득 채워 후원을 마감한다”며 “든든한 동지 여러분 고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 푼 한 푼에 담긴 고단한 삶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며 “보내주신 정성 잊지 않고 국민의 더 나은 삶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후원금 모금 시기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통 의원들은 국감이 끝나고 공개적으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활동을 한다”며 “닫혀 있던 계좌를 열어서 후원금을 모금하고 그 결과를 또 대대적으로 알리는 상황을 보면 이 대표가 자신의 저력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려는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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