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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당정, 간호법 비공개 논의…“의사-간호사 영역다툼” 빈손 [이런정치]
당내에서도 ‘답답하다’ 반응…“복지부도 반대 이유 제대로 설명 못해”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리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비공개로 모여 간호법 중재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지만 당정은 ‘반대’ 의견만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결국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려는 의사단체와 처우를 개선하려는 간호사단체 간 영역다툼”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당정은 지난 18일 의원총회 직후 1시간 동안 간호법 중재안을 어떻게 조율할지 논의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간호사단체와 면담하기 직전 마련된 ‘작전 회의’ 형식이었다. 당에선 간호사단체를 설득하기 위해선 필수의료인력 재배치 및 확충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 ‘왜 간호법은 제정되면 안 되는지’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해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정하고 간호사의 근무환경 및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필수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인요양원, 보건소, 학교, 사업장 등 지역사회 내 간호 업무비율이 커지는 현실이 법률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지역사회 의료의 주도권은 의사에게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조정하기 위해 지난 11일 보건, 의료단체를 초청해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중재안을 도출했다. 중재안은 법안 명칭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간호사 처우법)’로 변경하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업무를 기존 의료법에 존치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대한간호협회는 회의 도중 퇴장했다.

당정회의에 참석했던 참석자 사이에선 ‘답답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참석자는 “간호법이 통과되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야 설득에 나설 것이 아니냐고 조 장관에게 물었지만 복지부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못해 와 닿지 않았다”며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의사단체와 보건복지부가 우려하는, 간호사의 단독 개원이 가능해지냐, 재현되느냐고 물어도 확답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방문간호센터 등을 개원해 단독 운영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현재 간호법으론 단독 개원하기 어렵지만 향후 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들이 점차 자신들의 영역을 넓힐 것이라는 취지다.

그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조문을 야금야금 개정해 간호사의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있을 수 있지만 이미 현장에서 간호사들의 의료행위가 만연한데 이를 불법의 영역에 두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국 의사-간호사 간 영역다툼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간호법은 제정되면 안 된다며 “결국 간호사들이 의사들의 지위와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 이 법안을 발판 삼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럼 다른 의료진은 ‘직역 간 형평성’을 주장하며 여당에 공세를 펼칠 텐데 여당 입장에선 이러한 후폭풍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27일 본회의에서 불필요한 정쟁 유발 법안은 뒤로 미루고, 전세사기대책 관련법을 합의 처리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 또한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내에서도 ‘어떤 간호법 중재안을 내놔야 할지’ ‘간호법이 제정되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의료단체 간 갈등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등 교통정리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간호법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면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끌려다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은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 등 쟁점 민생법안을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원안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강행 처리 의사를 밝히며 “민주당은 정부 중재안을 기다려 달라는 김 의장의 의견을 존중해 두 차례나 본회의 법안 처리를 유예했으나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 모두 일말의 진정성 없이 시간만 끌면서 묻지 마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newkr@heraldcorp.com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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