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친윤계·김기현 때리기 지속...변수 되나
홍준표vs나경원 ‘설전’...羅 “망상 속 소설” 첫 비판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4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장외 스피커’들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당권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한 나경원 전 의원과 권성동 의원, ‘친윤계 저격수’로 나선 이준석 전 대표, 그리고 ‘나경원 때리기’ 수위를 높이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표적이다. 당권주자는 아니지만 당권주자 못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 이들의 행보가 전당대회 판세에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을 공격한 김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꼬았다. 이 전 대표와 김 의원은 대표와 원내대표로 당 지도부의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을 향해 “처음에 화천대유건 터졌을 때 곽상도 의원에 대해서 일찍 내용을 확인하고도 곽상도 의원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곽 의원이 억울한 것 같으니 언급을 자제해야 된다고 저한테 이야기하던 분이 있었다”며 “적당히 하자. 가만히 있는 사람을 때려서 왜 일을 시작하냐”고 저격했다. 김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질 뻔했다”고 주장하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가 김 의원을 노골적으로 저격한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당원권 징계’로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없는 만큼, 그의 지지층이 어느 후보를 지지할 지는 미지수다.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가 불투명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한 당권주자 중에서 이 전 대표가 지지하는 주자 또한 없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안철수 후보와의 ‘구원(舊怨)’ 관계로도 유명하다.
김 의원이 ‘여성 민방위 훈련 도입’ 등 ‘젠더 공약’을 내세우는 것도 이 전 대표 지지층의 표심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비동의간음죄 도입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지난 26일 SNS에 “뭐? 비동간?(비동의간음죄)”라고 적은 것도 ‘젠더 공약’의 관점에서 한 맥락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청년, 그 중에서도 ‘이대남’을 주요 지지층으로 삼았기 때문에, 전당대회 경쟁이 무르익을수록 이들을 겨냥한 당권주자들의 정책 공약 발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의원 측에 따르면 안 의원도 곧 청년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홍 시장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후에도 ‘때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어 사실상 ‘친 김기현’ 스피커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홍 시장과 비공개 회동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은 지난 27일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당시 지도부를 겨냥해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다음해 공천이 걸린 의원들을 압박해 최전선에 세웠고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한 그 지도부는 그 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황교안 전 총리와 나 전 의원이었다.
침묵을 지켜온 나 전 의원도 처음으로 날을 세웠다. 나 전 의원은 곧바로 SNS에 “(홍 시장의 주장은) 망상 속 소설”이라며 “지속적으로 저를 비열하게 공격하는 정치적 의도는 짐작이 간다”고 맞받았다. 앞서 나 전 의원은 홍 시장의 부창부수 발언에 “가족까지 공격하는 무자비함에 상당히 유감”이라고 대응했을 뿐 자신을 향한 ‘수양버들’ 비판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는 지난 2019년 4월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각각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벌어진 충돌을 의미한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려고 했고,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국회 의안과와 사개특위 회의장을 봉쇄하며 물리적으로 대응했다. 검찰은 지난 2020년 1월 황 전 총리와 자유한국당 의원 23명을 국회법상 회의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해당 의원들이 벌금 5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5년 간 피선거권은 박탈된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보다 나 전 의원의 ‘입’을 주목한다. 나 전 의원이 친윤계의 압박에 굴복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몸값’이 치솟았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입지는 사실상 친윤계 의원들이 키워준 것”이라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는 말이 딱 나 전 의원의 경우 아니냐”고 반문했다.
나 전 의원을 향한 러브콜은 이미 진행형이다. 김 의원은 지난 26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 어떤 분들이나 세력과도 연대하고 포용하고 탕평하겠다”며 “나 전 의원은 보수 정당을 지켜온 영원한 당원 동지”라고 치켜세웠다. 안 의원도 지난 27일 충남도당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한번 찾아뵙고자 한다”고 답했다.
28일 오후 강원 횡성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홍천.횡성.영월.평창 당원협의회 당원 연수에 김기현(왼쪽부터), 권성동, 안철수 의원이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 |
원내대표를 지낸 권 의원도 최근 행보를 재개했다. 권 의원은 지난 26일 SNS에 “비동의 간음죄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당대표 선거 불출마 선언 후 3주 만이다.
권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이후 공개 발언을 삼가왔으나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제안한 당사자로서 국민의 물음에 답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 법이 도입되면 합의한 관계였음에도 이후 상대방의 의사에 따라 무고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동의 여부를 무엇으로 확증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윤석열 정부 공약 이행에 앞장섰다.
권 의원은 앞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누구를 지지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만큼, 당권 경쟁에 직접 개입하는 대신 거리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권 의원이 현안 관련 메시지 수위를 높일수록 그의 발언은 김 의원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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