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교수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생물종 다양성이 매우 높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온대기후에 형성돼 있는 대조차 갯벌이 한국의 갯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생태적 기능과 위치 때문에 철새의 중간 기착지와 서식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세계적으로 매우 등재하기 어려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가장 충격받았던 사례는 간척으로 사라진 새만금 갯벌이다. 당시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진했다면 당연히 1순위로 꼽혔을 갯벌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새만금 간척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하’ 그 자체였고, 추후 한국이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는 시각으로도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전 교수는 “중앙정부와 지역민, 지역정치인의 이기적 정책과 행동이 충격이었다”며 “국내 갯벌의 약 50%가 간척으로 사라졌다. 갯벌을 포함한 전국의 연안환경 파괴는 이미 임계점을 넘겼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간척 외에 기후변화도 갯벌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수면 상승은 연안에 쌓이는 퇴적물을 감소시킨다. 전 교수는 “결국 점차 갯벌 면적이 감소하고 생태적 특성도 약해진다. 게다가 대형하구의 하구둑이 막히면서 강으로부터 공급되는 퇴적물도 차단되고 있다. 퇴적물 공급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자연이 그러하듯 갯벌도 인류 역사를 담고 있다. 우리가 펄갯벌에 들어가 손을 넣어 만질 수 있는 갯벌은 200년 전에 만들어진 것들. 서해안 갯벌의 경우 깊이가 4~7m에 이르며, 약 8500년 전부터 형성됐다. 파괴된 갯벌이 다시 회복되기까진 상상하기 어려운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갯벌 파괴를 주도한 누구도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지 못한다. 그 책임은 결국 우리 후손이 오롯이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전 교수는 “(갯벌 파괴의) 임계점은 넘었지만, 퇴적물의 공급량만 증가시켜준다면 다시 빠르게 살아날 수도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현재에도 갯벌 등 해양 생태계 보전을 목표로 활발히 대외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생태지평연구소 소장, 환경부 국가습지위원, 섬갯벌연구소 소장, 갯벌보전포럼 이사장, 유네스코 인간과생물권계획(MAB) 한국위원회위원, 신안갯벌박물관 명예관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향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갯벌 학교’를 다수 설립, 환경 교육에 일조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전 교수는 “수많은 환경 훼손 정책을 보며 환경 철학은 어른이 돼 새로 생기는 게 아니란 점을 느꼈다”며 “어린 시절에 환경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인식을 가져야 한다. 많은 초등학생이 환경 철학을 갖고 현장을 접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전 교수는 오는 26일 서울 노들섬에서 열리는 제2회 ‘H.eco포럼’(헤럴드환경포럼)에 연설자로 참여,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연안 생태계 피해 등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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