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얼 회장은 어릴 때부터 바다와 사랑에 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바다에서 일어나는 놀랍고도 다양한 생명체들에 호기심을 느끼고 연민을 가졌다”고 회상했다. 사랑은 분노로 이어졌다. “해조류 초원, 맹그로브 숲, 산호초가 파괴되고 바다거북과 물고기, 고래가 사라지는 걸 목격하게 됐어요. 바다가 ‘쇠퇴’에서 ‘회복’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습니다.”
이후 그의 일생은 바다와 함께 했다. 실비아 얼 회장은 해양학자이기에 앞서 탐험가다. 100여곳 이상에서 7500시간이 넘는 수중 탐험을 하며 해양 생태계 보전, 심해 탐험 등에 평생을 바쳤다. 타임지나 미국 의회도서관 등으로부터 ‘살아있는 전설(Living Legend)’, ‘첫번째 영웅(First Hero for the Planet)’ 등의 호평을 받았다.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의 거주 탐험가, DOER(Deep Ocean Exploration and Research Inc) 설립자, 하테 연구소의 자문 위원회 의장, 미션블루의 창립자 겸 회장 등도 맡고 있다. 특히 그녀의 해양 활동이 담긴 미션블루는 동명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도 유명하다. 에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 외에도 100여개에 이르는 국내외 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해양 보호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인류의 바다 훼손 행태 중 해양 생물 남획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그는 “수백만톤의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영양 순환이 붕괴하면서 지구 탄소 순환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또 “플랑크톤 분포 변화와도 연결되고 이렇게 해양의 화학적 성질이 바뀌면서 심각한 기후변화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해양 야생동물의 진정한 가치와 비용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남획 문제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그는 “농작물과 가축을 상품화할 때에도 당연히 비용을 지불하지만 어업은 그렇지 않다. 당연히 무료로 사용 가능한 상품으로 취급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상업적 어획을 지원하고자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 때문에 해산물 가격은 비현실적으로 저렴하다. 이전엔 포획하지 않던 어종 등까지 발굴해내고, 심해나 극지방 내 사는 동물 등까지 적극 홍보하며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바다의 생물은 무한하게, 심지어 공짜로 공급받는 자원이란 인식에서 이 모든 게 비롯됐다.
최근에는 상어를 비롯한 대형 해양 동물도 남획 피해가 심각하다. 그는 “수십년 사이에 상어를 비롯한 대형 해양 동물의 90%가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며 “무관심 속에 야생동물과 그 생태계 속에서 전해지는 대체 불가능한 지식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획 문제 외에도 인류가 주목해야 할 해양 보호 활동은 수없이 많다. 실비아 얼 회장은 “젊은 과학자로 해양을 탐험하기 시작하던 1950년대부터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바다의 삶을 파괴하는지 접했다”며 “최근엔 공해 내 벌어지는 엄청난 규모의 상업적 어획 외에도 심해 채굴이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운송 과정에서 일부 사고 등으로 기름이 유출되고, 오염된 화물이 바다에 유실되는가 하면, 해양 외래 유입종을 운송하고 심지어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해양 포유류와의 충돌 등도 해양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조금만 신경을 쓰더라도 예방할 수 있는 피해들이다.
그는 “땅과 바다, 사막과 열대우림, 맹그로브, 산호초, 극지방, 공해에 이르기까지 이런 환경을 파괴되지 않은 시스템으로 후세까지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강력한 보호는 물론, 손상된 지역을 신속하게 복구하는 건 지구가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류의 건강이나 안보, 경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류의 생존 그 자체. 이 모든 건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다 생태계를 지킬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실비아 얼 회장은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하루하루가 우리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무엇을 하고 하지 못할지에 따라 향후 1만년의 자연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 오염을 줄일 수 있는 건 ‘기술’이 아닌 ‘사고’라고도 했다. 그는 “혁신적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혁신적인 사고이며, 오염의 바탕이 되는 ‘버리는’ 태도를 바꾸는 데에는 어떤 (기술적) 대책이 소용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해양 야생동물을 포획하고 홍보하고 소비하는 이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당신이 바다에 살아 있는 물고기를 좋아하고, 물고기를 먹는 걸 좋아하고,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이 바다가 건강하게 회복될 기회는 톤 단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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