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선생 철학 공감…‘생명 평화’ 고민”
“80년대, 산업 공해 지적하면 탄압받던 시절”
“사람만 잘 살면 되겠나, 이젠 살아갈 환경 돌봐야”
김원호 에코피스아시아 이사장. [에코피스아시아 제공] |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자연과의 불화를 해결해야 우리의 삶도 평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코로나 사태가 여실히 일깨워 줬잖아요.”
환경단체 에코피스아시아를 설립한 김원호 이사장(74)은 지난 1981년 특허로펌 유미(YOU ME)를 설립해 업계 최고 법인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언뜻 보면 환경운동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력이다.
하지만 그는 젊을 때부터 ‘생명’과 ‘평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철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함석헌(1901~1989) 선생의 씨알사상에 흠뻑 빠지면서다. 씨알사상은 생명의 주체성과 이를 위한 실천을 강조한다. 본업과 별개로 사회에 환원할 기회를 모색하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 김 이사장이 자연스레 환경보호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70~80년대 산업화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그에게는 환경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이 남아 있기도 했다. 그는 “산업화가 우선이었던 당시, 공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탄압의 대상이었다”며 “환경을 오염시킨 대가로 성장해 온 셈인데, 이제라도 사람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풍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에코피스아시아는 2000년대 초반 사막화방지센터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당시는 극심한 황사로 인해 학교와 공장이 휴업하는 등 황사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던 시기다. 황사의 근원인 사막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환경 운동가들이 모였고, 특히 현대차그룹 등 기업들까지 힘을 보탰다.
김 이사장은 “2008년부터 중국 내몽고 지역에서 사막화방지 노력을 이어왔다”며 “여의도 15배인 1500만평 규모의 초원생태복원 사업을 진행했고, 중국 남부 복건성 지역에는 맹그로브나무를 20만그루 이상 심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에코피스아시아는 기후위기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전 세계에서 이어갔다. 열대우림에 불을 질러 경작지를 마련하는 필리핀 화전농민들을 위해 혼농임업을 정착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혼농임업이란 농업과 임업(나무 심기)을 결합한 농사다. 토지와 영양분, 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생물 종의 다양성을 증대하고 병충해 피해를 분산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주민 소득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숲을 보호하는 것 뿐만 아니라, 숲을 태워왔던 농민들 입장에서도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필리핀 국립대학 등과 함께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에코피스아시아는 필리핀 혼농임업 사업의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헤럴드가 주최한 ‘H.eco Awards 2021’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헤럴드에코어워드는 지속가능한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개인과 단체의 공적을 기리고,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사회적 실천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제정됐으며, 첫 공모에 나선 바 있다.
김 이사장은 에코피스아시아 사업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도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다. 300평 남짓한 시골 땅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임직원들도 주말 농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이들이 환경 보호를 얘기하지만, 중요한 건 환경 속에서 매일 자연과 살을 맞대고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저부터 환경과 식구가 돼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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