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대표가 헤럴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헤럴드DB] |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일종의 바이럴처럼 환경 운동을 하고 싶어요.”(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대표)
기후변화청년단체는 기후 위기 대응 과정에서 청년들의 목소리가 지금보다 더 커지길 바라는 이들이 모인 곳이다. ‘어른’ 그늘에서 벗어나 청년들만 따로 모일 수 있도록 울타리를 세웠다. 방식도 다르다. 거칠게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누군가의 일상 속에 녹아들어 나도 모르게 일어날 변화를 기다린다.
지난해부터 기후변화청년단체를 이끌고 있는 김지윤(31) 대표를 최근 만났다. 그는 별도의 직장을 다니고 있는 부업 운동가다. 단체에 소속된 50여명 모두 김 대표처럼 ‘본캐’가 따로 있다고 한다. 비록 연대는 느슨하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고민은 치열했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환경 운동에 뛰어든 것은 스물네 살이었던 2014년. 그 전까진 ‘어른들이 잘 해결하겠지’ 생각했다. 실제 글로벌 정상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여러 합의가 도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늘어났다.
그래서 기후 위기 당사자인 청년들끼리 뭉쳐봤으나, 누구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기존 환경단체를 찾아가 봐도 청년들을 ‘학생 서포터즈’ 쯤으로 여겼다. 무엇보다 기존의 운동 방식으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낼 수 없겠다는 회의감이 들었다. 피켓 시위가 일상이고 때로는 법 위반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이 과연 얼마나 오래 함께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극단의 목소리를 내야 그나마 중간이라도 갈 수 있다는 전략적 고민을 존중하지만, 그 맥락을 모르는 대부분의 시민은 반감부터 가지기 십상”이라며 “여러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소프트한 환경 운동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환경 운동도 바이럴 마케팅처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축산업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설파하기보다, 맛있는 비건 케이크 하나를 선물하는 것이 빠를 수 있다. 실제 이런 청년다운 감각이 사회 변화로 이어졌고, 최근엔 기존 환경단체든 기업이든 청년을 먼저 찾는 일이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소프트파워는 가랑비와 같아서, 누가 언제 어떻게 젖었는지 모른다”며 “우리가 만들어낸 흔적들이 사회 어딘가엔 쌓일 테고, 그게 언젠가 누군가를 변화하게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대표(가운데)가 지난 2019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5) 일본관(JAPAN PAVILION)에서 패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후변화청년단체 제공] |
일부러 구축해 온 가벼운 이미지와 달리, 기후 위기를 대하는 자세는 누구보다 진지하다. 기후변화청년단체는 매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릴 때마다 현장을 찾아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곱씹고, 함께 모인 전 세계 청년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력할 것이 없을지 고민한다. 최근엔 직접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 행동주의’ 기업과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 기존 환경단체들이 해내지 못했던 영역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도, 후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누가 가장 친환경적인 대통령인가’ 묻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질문만으론, 누가 가장 기후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알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김 대표는 이렇게 묻는다.
“기후 변화는 분명 우리 사회에 전환을 가져올 거고, 누군가는 소외되거나 낙오될 수 있을 거예요. 이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에 반감을 갖지 않고 공존할 수 있도록, 당신은 어떤 안전망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hum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