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지구를 지키는 대통령이 돼 주세요.”
전국 초등학생 1만5000여명이 우리나라 20대 대통령 후보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 편지를 주요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고, 답장을 받아 학생들에게 보낼 예정이다.
헤럴드경제는 그린피스와 함께 개인정보 공개 동의를 받은 100여통의 편지를 열어봤다. 편지에는 누구보다도 환경 문제의 당사자인 미래세대의 서투른 고민이 담겨있었다. 읽다보면 어린아이다움에 웃음도 나오지만, 초등생의 환경 인식이 너무 진지하고 날카로워 기성세대들이 반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내용도 상당수였다.
초등생의 지구를 사랑하는 진정성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오탈자가 있더라도 그 내용 그대로 소개한다. 다음은 수많은 편지 중 일부 발췌한 내용.
전국 594개교 초등생 1만4617명이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로 편지를 보내왔다. 차기 대통령 후보에게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사진은 전국 목포유달초등학교 1학년 오다윤 학생이 작성한 편지. [사진=최준선 기자] |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기후 변화로 따뜻한 제주도에서 사는 한 초등학생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어른들이 남긴 환경 문제를 짊어지기 싫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겐 짊어질 의무도 없죠. 하지만 어른들은 짐을 덜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지구를 만드는 대통령이 되어 주세요.”(남광초등학교 6학년 강창우)
[사진=최준선 기자] |
“제가 11년 인생을 살면서 9살인 2019년부터 코로나까지 시작해 지금은 오미크론까지.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가 우리들을 위협하고 있어요. 가장 먼저 우리들의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대통령 후보님들께서 곧 큰 일을 하셔서 모두 멈춰주었으면 해요. 당연히 우리 대한민국만의 노력으로는 많이 부족하겠지만, 우리나라가 열심히 지구온난화를 치료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 곁에서 다른 나라들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전주만성 초등학교 4학년 오세은)
“제가 인터넷에서 대통령 후보님들 공약을 살펴봤는데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하신 분과 그렇지 않으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대통령 후보님들께 바라는 점은 우리 대한민국이 환경을 많이 신경쓰고, 환경을 잘 지키기 위해, 더 나은 나라가 되기 위해 힘쓰는 것입니다.”(만대초등학교 6학년 김승주)
“환경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경제보다도 중요해요. 을마나 중요한지. 보석보다 중요해요. 호랑이도 지켜보고 있고. 해도 지켜보고 있잖아요. 요번에는 꼭 지구를 아껴주세요. (환경을보호해요 7행시)” (세아초등학교 1학년 서도연)
세아초등학교 1학년 서도연 학생의 편지 내용. [사진=최준선 기자] |
“제발 조금이라도 좋으니, 후보가 되어 있을 때도 대통령이 되어있을 때도 환경을 생각해 줄여주세요.”(청솔초등학교 3학년 김건우)
“어떤 미래를 계획하고 계십니까? 분명히, 아주 멋진 미래를 계획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미래에 지구는 있습니까?”(서울우장초등학교 6학년 신예성)
“대한민국 의무 중 환경보존 의무가 있죠. 3학년 때부터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밖에서 못 놀곤 했습니다. 만약 대통령이 되신다면 환경 보존에 힘써주시고 정책을 강화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대구신천 초등학교 5학년 강성빈)
“대통령 후보님들은 언제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쓰레기를 버릴 때, 매연이 나오는 자동차를 타고 외할머니집에 갈 때 등, 그냥 우리에게는 평범한 일상에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떠한 해결책 없이 세월이 흘러가면, 미래에는 공기를 사 마셔야 할지도 모릅니다.”(치평초등학교 4학년 이윤서)
“저는 부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만약 지구의 기온이 1.5도가 더 상승한다면 제가 좋아하는 부산이 잠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석유석탄 말고 친화적인 에너지를 써주세요. 부탁드립니다.”(괴정초등학교 6학년 김명진)
수월초등학교 5학년 문시유 학생의 편지 내용. [사진=최준선 기자] |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걸 알기 전, 낭비하고 일회용품 사용하던 과거에 제가 매우 원망스럽습니다. 그리고 편리를 위해 스스로 무덤 파는 건 매우 아닌거 같습니다. 나를 위해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환경이 보호가 되면 좋겠습니다. 환경은 나 혼자하면 되는 게 아니라 다같이 해야 되는 거니까요.”(서울대영초등학교 5학년 변규미)
“이러다 쓰레기가 더 많아져서 지구가 없어질 거 같아요. 기업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게 해주세요.”(한울초등학교 1학년 이서준)
“이산화탄소 때문에 바닷물이 불어나 제가 저번에 갔던 제주 협재 해수욕장 근처의 백사장이 사라지고 있고, 태평양의 작은 섬들은 물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번 년도에 기후변화를 겪었습니다.”(서울강덕초등학교 4학년 김재인)
[사진=안경찬 PD] |
“이제는 더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돼요. 우리가 많은 물건을 만들 때마다 지구의 어느 곳은 물에 잠기고, 우리가 편리함을 추구할 때 어떤 생명은 꺼져가고 있어요. 저는 제 편리함과 삶을 위해서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게 하는 사람이 되기 싫어요. 저는 앞으로도 환경을 위해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저 혼자로는 도저히 무리예요. 저보다 더 세고, 권력이 있는 후보님들이 저와 지구를 도와주세요.”(초등학생 배세인)
“사람이 편안하게 살기 위해 우리의 지구를 아프게 해요. 지구는 그 누구의 것이 아니라 빌려 쓰고 있는 우리가 사랑해야 해요. 욕심부리지 말고 모두가 행복한 지구 생활해요. 다짐: 가까운 거리를 걸어 다니고, 가다가 쓰레기가 보이면 주워 버린다.” (야음초등학교 1학년 박서준)
“요즘 국을 사러 갈 때 용기를 들고가는 ‘용기맨’들이 늘고 있습니다. 용기맨들이 더 늘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포인트를 만들어 용김맨들에게 주면 어떨까요? 오늘의 분리배출 앱처럼 우유로 바꿔주거나 나무 심기에 기부활동을 할 수 있도록요.”(감정초등학교 1학년 김효준)
“제가 그린 그림은 깨끗한 환경의 그림인데, 당신이 그린 그림은 무엇인가요? 요즘 많은 청소년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에 아군이 될 건가요, 아님 서로 싸우는 적군이 될 건가요?”(성수초등학교 5학년 지승하)
hum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