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 자리한 방치 쓰레기 현장. 2020년 이전까지 폐기물 처리장으로 운영되던 이곳은 처리하지 못할 쓰레기를 계속 받는 등 부실 운영 끝에 결국 쓰레기 산으로 전락했다. [사진=안경찬 PD·윤병찬 PD, 시너지영상팀] |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전국 곳곳에 불법 방치된 ‘쓰레기 산’ 규모가 26만여t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t급 대형 트럭 1만3000여대가 동원돼야 옮길 수 있는 양이다. 불법 쓰레기 처리로 책정된 국비 예산만 900억원에 이른다.
21일 헤럴드경제가 환경부에 정보공개 청구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전국 불법 투기·방치 쓰레기 규모는 99개소에 걸쳐 총 26만2635t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시·도 별로는 충북에 방치·투기된 쓰레기가 약 5만7000t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4만7000t) ▷충남(4만5100t) ▷인천(3만9600t) ▷경북(3만8200t) ▷전남(1만5400t) ▷전북(1만4700t) ▷경남(7000t) 순이었다.
시·군 별로 살펴보면, 충남 아산시 3개소에 약 2만5000t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이를 포함, 1만t 이상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곳이 ▷경북 영천(2만4522t) ▷충북 음성(1만9751t) ▷경기 파주(1만8093t) ▷충남 천안(1만6154t) ▷충북 청주(1만4724t) ▷전남 영암(1만3173t) ▷경기 안성(1만2148t) 등 10곳에 이른다.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는 주체는 주로 폐기물처리 업체들이다. 정상적인 업체는 기업으로부터 폐기물을 받아 소각·매립 처리해주는 대가로 종류에 따라 t당 30만~5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불법으로 운영되는 일부 미등록 폐기물 처리 업체는 시세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쓰레기를 처리해주겠다며 돈을 받은 뒤, 임대 창고나 산속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다.
운임비 등을 제외하더라도 20t 트럭 한 대 분량을 불법 폐기하면 180만원가량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가 개입하거나 전국 단위의 불법 투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까지 포착된다.
쓰레기 처리 기준 강화에 따라 불법화되는 업체도 늘고 있다. 기존엔 폐기물을 고형연료로 만들어 재판매했으나 환경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 같은 판로가 막히기 때문이다.
불법 투기·방치 쓰레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 2019년 경북 의성군 20만8000t 규모의 쓰레기 산이 알려지면서다. 당시 외신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사회 문제로 비화됐고, 환경부는 이를 계기로 전수조사를 진행, 전국 120만t 이상 불법 쓰레기를 발견했다. 해당 물량은 현재 97%가량 처리한 상태다.
문제는 전수조사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불법 쓰레기가 추가 발견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전수조사 이후 작년 말까지 56만여t 불법 쓰레기가 추가 발견됐고, 지난해만 해도 충남 아산에서 1만t 이상 방치 쓰레기가 새로 확인됐다.
불법 쓰레기 처리에 투입됐거나 투입될 예산도 900억원에 이른다. 2019년 이후 3년간 국비 예산 815억원을 투입했고, 올해도 예산 58억원을 책정했다.
앞으로도 불법 쓰레기 투기 행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매립지 사용 종료가 예상되는 2025년 이후엔 ‘쓰레기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쓰레기 처리 단가 상승에 따라 불법 처리에 따른 취득 이익도 커질 수밖에 없다. 조직적인 불법 처리 시도가 거세지리란 우려다.
정부도 쓰레기 불법 투기 방지책 개선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이후로 처리업체의 처리 능력을 5년마다 확인하고 있고, 부당이익의 3배 이하에서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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