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경쟁률 보고 당첨된 줄 알았는데…
‘국민평형’ 관심 높은데 단 73가구뿐…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사전청약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당초 일정대로 추진 중인 몇 안 되는 공급정책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으나, 경쟁률 발표 과정에서 엉터리 계산법으로 청약자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분양가, 주택형 등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불만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지역본부 출입문에 인천 계양 신도시 사전 청약 상담소 위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
국토교통부는 인천 계양 1050가구, 남양주 진접2 1535가구, 성남 복정1 1026가구, 의왕 청계2 304가구, 위례 418가구 등 총 4333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을 진행 중이며,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는 일반분양 특별공급과 신혼희망타운 우선공급 물량에 대한 청약을 접수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경쟁률을 축소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지역 거주자 우선공급 경쟁률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경기도·기타지역(수도권) 거주자에게 공급하는 물량까지 모두 계산에 포함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토부는 남양주 진접2의 신혼희망타운 우선공급에서 439가구 모집에 571명이 신청,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공급 물량의 30%가 우선 배정되고 경기도 거주자에게 20%, 수도권 거주자에게 50%가 돌아간다.
이 지역 A3블록 55㎡(이하 전용면적)는 197가구를 모집하는데 172명이 신청, 경쟁률 0.9대 1로 ‘미달’인 것처럼 표기됐다. 여기서 남양주 거주자에게 배정된 물량이 59가구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경쟁률은 2.9대 1로 올라간다. 남양주 진접2 신혼희망타운 전체를 보면 경쟁률은 1.3대 1이 아니라 4.3대 1이 된다.
공급물량 100%가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배정되는 성남 복정1과 의왕 청계2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모두 경쟁률 축소 논란에 휘말렸다. 실질 경쟁률은 인천 계양이 15.2대 1, 위례는 9.3대 1로 국토부가 발표한 경쟁률(각 7.7대 1, 2.8대 1)보다 훨씬 높다.
국토부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통상 신혼희망타운 청약 접수는 해당 지역과 수도권 거주자를 구분하지 않고 진행되는데, 이번 사전청약에서는 이를 구분해 청약을 받아 나타난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중간집계 결과라는 설명도 뒤늦게 덧붙였다.
청약 경쟁률 결과를 보고 당첨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던 이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청약만 하면 당첨되는 것처럼 통계를 냈다”, “산수도 못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접수처에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인천 계양의 공공분양 특별공급 84㎡ 20가구 배정에 무려 4798명이 몰린 것만 봐도 ‘국민 평형’에 대한 수요자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1차 사전청약 물량 4333가구 중 84㎡는 73가구로, 전체의 1.7% 수준이다.
신혼희망타운은 46~55㎡로만 구성돼 아예 중대형이 없다. 당초 육아와 보육 등 신혼부부의 수요를 반영한 특화형 공공주택으로 나왔지만, 자녀가 둘 이상이거나 성장했을 때 적합한 환경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간에 이사하고 싶어도 지역별 전매제한(3~10년), 거주의무(3~5년)로 인해 움직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80% 미만으로 책정될 경우 최대 수준의 전매제한과 거주의무가 적용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대형 하나를 쪼개 둘로 나누면 공급 물량은 2배가 되는 것”이라며 “수요자의 선호가 가장 높은 국민 평형의 물량이 적다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추정 분양가는 공공분양 물량인 59㎡ 기준으로 인천 계양 3억5628만원, 남양주 진접2 3억5174만원, 성남 복정1 6억7616만원이다. 전 가구가 신혼희망타운 전용 55㎡로 구성된 위례와 의왕 청계2는 각각 5억5576만원, 4억8954만원이다. 해당 지역의 땅값이나 건축비 등이 상승하면 본 청약 때 확정되는 분양가가 이보다 더 오를 수 있다.
일부 수요자 사이에선 추정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값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다는 불만도 이어진다. 특히 고분양가 논란이 확산한 곳은 인천 계양이다. 실례로 인천 계양 59㎡ 분양가는 인근 박촌동 ‘한화꿈에그린’(2005년 입주) 전용 59㎡의 6월 실거래가인 3억75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국토부는 사전청약 분양가가 입지 여건이 비슷한 단지의 시세 60~80% 수준에 책정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해당 지역의 최근 분양가와 유사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선 분양주택은 대부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비슷할 수 있으며, 단지별 건축연령·입지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도 내놨다.
일각에선 최근 집값을 ‘비정상’이라고 봤던 정부가 분양가 산정에서 시세를 거론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가 집을 사지 말고 3기 신도시를 기다리면 저렴하게 분양하겠다고 해놓고 거품이 잔뜩 낀 비정상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한다니 분노가 치민다”는 글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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