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수요 억제에 따른 시장 안정화 기대하지만
“주담대 금리 올라도 시장 영향력 크지 않을 것”
서울 종로구의 한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집값 고점을 경고해온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르면 이달 중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 행렬이 이어지며 집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이 매수세를 꺾고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르면 수요가 어느 정도 위축되겠으나 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최근 들어 거래량이 적은 가운데 호가가 뛰며 상승세가 유지되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어 수요 위축으로 거래가 줄더라도 가격 오름세는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 풀리지 않는 시장 안정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위원 6명 중 5명이 기준금리 인상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승범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낸 가운데 다른 일부 위원도 공감을 표했다는 전언이다. 이주열 총재도 당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회의 시부터는 (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한다”고 밝힌 만큼 업계는 금리 인상시기가 다가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상 금리와 부동산 가격은 반비례한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상환 등의 부담으로 매물이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부동산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흐름을 막겠다는 의도가 크다.
실제 금리가 뛰면 최근 부동산시장 상승세를 견인해온 ‘영끌족’의 매수세는 잦아들 가능성이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지난달부터 시행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더해 시중금리까지 오르면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매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만으로는 지금의 시장 열기를 식히기 어렵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리가 집값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이기는 하나 공급물량, 정부 정책, 시장심리 등 다른 요인이 모두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예비 매수자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금리가 절대적인 요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동안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이들이 추격 매수에 나선 것은 지금이 아니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다른 어떤 요인보다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동하고 있어 집값·전셋값 불안이 잡히지 않는 한 매수 움직임을 끊어내긴 어렵다고 봤다.
여기에 정부로서는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까지 많아야 두 차례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린다고 한들 개인이 큰 부담을 느끼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시장 충격이 갈 정도로 올리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5억원을 빌렸다고 가정했을 때 이자가 한 달에 몇 만원 정도 차이 나는 수준이다. 영끌을 포기하거나 집을 팔 정도의 요인이 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흐름을 반영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려왔다는 점도 시장 영향력을 낮게 점치는 이유다.
금융비용 부담으로 매수세가 꺾이더라도 가격까지 잠재우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을 중심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수요 억제에 따른 진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주택시장에선 거래가 줄어도 가격은 계속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규정 소장은 “대출을 통한 주택 구매를 고민하는 무주택자에겐 금리보다도 청약에 대한 기대감 하락, 견고한 집값 상승세, 대선 등에 따른 집값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자극적인 요소다. 시장 흐름을 뒤집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