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갭투자 가장 많은 곳은 강남 3구
보증금 15억원 이상 전세계약도 올해 224건 체결돼
3기 신도시 대기수요 등 전셋값 상승 지속 예상
주택 매매 가격이 아닌 전세보증금이 15억원 이상으로 계약된 사례가 서울 강남 3구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의 한 초고가 아파트단지.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15억원 넘는 아파트는 정말 15억원을 전부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만 살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전세 끼고 사두는 사람들 많아요. 일종의 ‘비자발적 갭투자’죠.”(서울 서초구 A공인 대표)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초고가 주택을 구입할 때도 세입자를 받아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충당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이들이 많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이달 27일까지 약 1년간 서울에서 아파트 갭투자가 가장 많았던 3곳은 서초구(424건), 송파구(384건), 강남구(378건)로 집계됐다. 이 통계상 ‘갭투자’로 간주하는 기준은 아파트 매수 후 직접 거주하지 않고 3개월 이내에 임대 목적으로 전·월세를 놓은 경우다.
위 세 곳은 소위 ‘강남 3구’로, 전용 84㎡ 기준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이 약 16억원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2·16대책을 내놓으며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했다.
A공인 대표는 “주택 가격 자체가 비싸다 보니 소액을 투자해 단기 차익을 볼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면서 “취득세 규모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전세를 낀 채로 본인이 살 집을 미리 산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 아파트들은 매매 가격뿐만 아니라 전세 가격 역시 매우 높게 설정돼 있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7월 강남구 아파트 전용 84㎡의 평균 전셋값은 10억8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월 대비 1억8800만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직전 1년(2019년 7월∼2020년 7월) 동안 상승액(1억1100만원)과 대비해 상승폭 역시 더 커졌다.
전세보증금이 15억원을 넘는 사례도 많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1월 1일~7월 27일) 서울 아파트 전용 60㎡ 초과~85㎡ 이하 전세보증금이 15억원 이상 체결된 사례는 총 224건으로 조사됐는데 그중 서초구(123건), 강남구(85건), 송파구(3건)가 전체의 94%를 차지했다. 나머지 계약은 성동구(12건)와 용산구(1건) 소재 아파트에서 나타났다.
강남구의 B공인 대표도 “‘무이자 레버리지’로도 불리는 전세보증금 덕에 실제 보유한 현금이 7억~8억원인 사람도 20억원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것”이라면서 “실거주가 목적인 사람도 있지만 장기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셋값이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매매 가격과의 갭(차이)을 좁혀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갭투자의 최대 위험 요인은 전셋값 하락이다. 세입자 퇴거 시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해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데 전세 시세가 하락하면 집주인의 추가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전셋값은 물론 아파트 매매 가격 또한 하락보다 상승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학군과 직장이 몰려 있는 강남 3구는 전세 대기자가 항상 넘치는 데다 ‘똘똘한 한 채’ 수요 덕분에 아파트 매매 가격도 평당 1억원에 근접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3기 신도시 대기 수요와 각종 정부 정책으로 전셋값이 상승하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전세제도가 존속하는 한 초고가 주택에 대한 갭투자 방법 또한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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