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께 최종 조직개편안 발표될 듯…
민간 공급 규제완화는 시기상조 입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정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 개편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정책의 실행을 맡은 LH가 직원의 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조직 개편 대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만 생각하면 조직 개편을 최소화해야 하나, 국민 눈높이를 생각하면 해체 수준까지 가야 한다. 정부가 공공주도 공급을 고집하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연합] |
정부는 이달 7일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에서 핵심으로 꼽혔던 조직 개편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경기 광명·시흥지구에서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지난 3월 불거진 뒤 3개월간 고심을 거듭한 끝에 3가지 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1안은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를 별도 분리하는 것이다. 2안은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수평적으로 분리하는 방안, 3안은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두고 토지·주택사업을 자회사로 두는 방법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8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쪽짜리 혁신안’이라는 비판을 살 것이 뻔한 데도 정부가 3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흔들림 없는 주택 공급’과 ‘국민의 눈높이 맞추기’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안은 3안이었다. 주거복지 기능을 떼어내 주거복지공단으로 만들고 토지·주택 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방법이다. 그동안 LH가 택지 판매나 주택 분양 등으로 주거복지 부문의 적자를 메웠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교차보전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당이 LH를 기능별로 완전히 분리하는 수준의 조직개편안을 요구하면서 당정 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정은 초유의 땅 투기 사태를 일으킨 LH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원하는 국민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조직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환골탈태”, “해체 수준”을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지난해 5·6 대책과 8·4 대책, 올해 2·4 대책 등에서 LH가 주도하는 주택 공급 방안을 쏟아낸 터라, LH의 기능을 과도하게 축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장 LH의 역할을 대신할 기관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번 개혁안에서는 정부가 공공주도 주택 공급을 어떻게 할 것 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했어야 한다”면서 “LH 인원 감축에 더해 조직 개편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공공주도로 정상적인 공급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 측면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공급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정하지만, 정작 이를 가능케 할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와 정비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에 대해서는 ‘추가 협의사항’으로 남겨뒀다.
시장에서는 당장 집을 새로 지을 수 없다면 다주택자가 보유한 물량을 내놓게 하는 방식으로 수요에 대응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고주택 공급 유도 차원에서 관심이 쏠렸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는 여당 내 반발로 일찌감치 무산됐다.
이에 대한 논의는 올해 초부터 수차례 이뤄졌으나,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규정한 탓에 규제 완화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꼬일 대로 꼬인 규제 탓에 매물 잠김·거래 절벽 등이 나타나고 매물 희소성은 더욱 부각되면서 가격은 더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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