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증금 6000만원·월세 30만원 대상
표준임대료·과세강화…다른 정책 펴나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임대차3법의 마지막 퍼즐인 임대차신고제(전월세신고제)가 6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전월세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있지만, 시장에서는 고강도 임대료 규제인 표준임대료나 과세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전월세신고제는 전월세 계약을 하면 30일 내에 지자체에 신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수도권과 광역시, 도(道)의 시(市) 지역에 있는 주택의 보증금 6000만원,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은 모두 신고 대상이다.
서울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 |
제도가 시행되면 주택 임대도 매매처럼 실거래가 정보가 취합되고 투명하게 공개된다. 현재는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을 때 신고하는 내용을 모아 공개하는데, 이는 전체 임대차 계약의 30% 정도에 그친다. 앞으론 더 많은 주택의 계약 금액은 물론 신규·갱신계약 여부, 임대료 증감률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임차인은 전월세 계약 신고로 확정일자를 부여받아 별도 장치 없이도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계약 기간이 한 달이 안 되는 단기 소액 계약은 의무 신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단, 단기 계약이지만 임대료가 고액이어서 임차인이 신고한 경우 접수 처리된다. 같은 임대주택에서 30일 미만으로 나눠 계약을 체결할 때는 총 거주일이 30일 이상이면 신고 대상이 된다. 미신고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는 미신고 기간과 계약금액에 비례해 4만~100만원으로 책정했다. 임대차 계약을 허위로 신고하면 계약금액에 상관없이 과태료 100만원이다. 국민 적응기간 등을 고려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계도기간은 내년 5월까지 이어진다.
국토부는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전체 임차가구의 47%인 365만가구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공공임대 입주자 정보와 주거급여 지급 조사자료 등 대체 정보를 더하면 총 584만가구(77%)의 임대차 정보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월세신고제 시범운영 지역인 세종시의 보람동주민센터에서 직원이 국토부에서 배포한 안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
시장에서는 이 제도가 추가로 어떻게 활용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여당 일각에서 도입을 주장했던 표준임대료 논의와 연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표준임대료는 신규계약에도 임대료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임대차3법 통과 이후 전월세가격이 급등하자 보완책으로 언급된 바 있다. 김현미 국토부 전 장관 역시 지난해 표준임대료 도입에 대해 “임대차 등록 신고제 도입 이후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했었다.
국토부는 전월세신고제 정보를 과세 자료로 쓸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 등에 따라 과세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봤다. 미등록 임대주택뿐만 아니라 전세에 대한 과세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에도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이 있었는데 새 제도를 도입해 정부가 사적 계약까지 모두 들여다본다는 측면에서 장점만 있을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고액 전세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임대차 정보만 확보된다면 이에 대한 세금을 임대인·임차인 중 누구에게 물려야 할지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임차인도 사실상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게 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임차인들도 얼마짜리 전월세에 사는지 신고함으로써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임차인의 근로소득과 전월세 수준을 비교해 추가 조사가 이뤄질 수 있고, 고가 전세의 현황을 파악하는데도 이 제도가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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