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세 목적 없다”고 했지만 시장 우려 계속
지난해 임대차 신고-표준임대료 연관 언급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임대차 신고제’(전월세 신고제)를 놓고 시장에서는 ‘빅 브러더’(Big brother·정보를 독점한 거대 권력자)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정부는 그 취지가 임차인 보호와 임대차 시장 투명화라고 설명했으나, 이를 바탕으로 임대인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 확대나 표준 임대료 적용, 임차인의 전월세 자금 출처 파악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열렸기 때문이다. 제도 자체가 ‘더 센 규제’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 [연합뉴스] |
국토교통부는 6월 1일부터 임대차 신고제를 시행하기 위한 세부 내용을 규정한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개정안을 지난 15일 입법예고했다.
임대차 신고제는 지난해 7월 말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이다. 법 개정과 함께 바로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와 달리 1년간 준비기간을 뒀다.
6월부터는 수도권 전역과 지방 광역시, 세종시, 도(道)의 시(市) 지역의 보증금 6000만원이나 월세가 3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은 30일 내 신고해야 한다. 거래량이 적고 소액 임대차 비중이 높은 군 단위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파트와 같은 주택뿐 아니라 고시원 등의 준주택, 비주택도 신고 대상이며 신규·갱신계약에 모두 적용된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공동 신고가 원칙이지만 둘 중 한쪽 또는 대리인이 신고할 수도 있다.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에 방문해 접수하거나, 온라인으로 임대차 계약서 사진을 제출하면 된다.
정부는 임대차 신고제가 임차인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신고만으로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돼 임대차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도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가 전격 도입될 당시만큼의 충격파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신고자료가 규제 강화에 활용될 때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전국 임대주택 중 확정일자 신고 등으로 임대료 파악이 가능한 주택은 전체의 30% 정도에 그쳤다. 나머지 주택에 대한 임대소득은 임대차 신고제 시행으로 드러나게 된다. 국토부가 정보만 넘겨준다면 국세청이 손쉽게 들여다볼 길이 열렸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전월세 계약을 할 때 사실상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신고제를 임대소득 과세에 활용한다면 임대인들이 늘어난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함으로써 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임차인들도 자신이 얼마짜리 전월세에 살 수 있다고 신고함으로써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임차인의 근로소득이 충분하지 않다면 증여로 보고 조사가 이뤄질 수 있고, 보유세 부담을 피해가는 고가 전세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도 임대차 신고제가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임대차 신고제는 임대소득 과세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신고제 정보를 과세 자료로 활용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주택임대사업자를 장려했다가 제도를 축소·폐지하는 등 입장을 바꾼 선례가 있어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과세 확대로 방향만 잡으면 언제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임대차 신고제를 표준 임대료와 연결해 언급했던 일도 있다. 표준 임대료는 시·도지사 등이 기준 임대료를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표준임대료 도입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임대차 시장 전반에 대한 데이터가 확보돼야 한다”면서 “임대차 신고제 도입 이후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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