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추진위원장 등이 신청 가능
입주민들 “주민 동의 거쳐 신청해야 한다”
주민 반발로 컨설팅 신청 철회 대거 발생 우려
8·4 대책선 초기 사업장 주민 10% 동의 규정
정부가 2·4 공급 대책에서 새롭게 도입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첫 단계인 사전 컨설팅 모집이 23일 시작된 가운데 컨설팅 신청 자격을 두고 또다시 잡음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모습.[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2·4 공급 대책에서 새롭게 도입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첫 단계인 사전 컨설팅 모집이 23일 시작된 가운데 컨설팅 신청 자격을 두고 또다시 잡음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주민 동의 과정 없이 컨설팅 신청이 가능한 구조로 인해 진행 과정에서 컨설팅 신청 철회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8·4 대책 ‘공공 재건축’ 컨설팅의 경우 주민 동의 과정 없이 조합장·추진위원장 등이 임의대로 컨설팅을 신청했고, 이후 신청소식이 알려지자 입주민들이 반발해 신청 철회 결정이 확대했다. 주민들은 재산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컨설팅 신청에도 주민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초 8·4 대책의 재건축 초기 사업장 경우엔 주민 10% 동의 규정이 있었지만, 공공 재건축 신청률이 저조하자 정부는 이 규정을 없애고 여러 조합 측에 “일단 재건축 분석을 받아보라”며 신청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주민 동의를 거쳐 재개발·재건축을 직접 시행하면서 도심 내 신속한 주거환경 정비와 주택공급을 도모하는 사업 방식이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함께 이날부터 다음달 31일까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사전 컨설팅 단지를 모집한다.
각 단지들은 컨설팅을 통해 기존 정비계획을 토대로 산출한 기대수익률, 추정분담금을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진 시 기대수익률, 분담금과 비교해 볼 수 있게 된다.
공공 직접시행 시 예상되는 용적률이나 높이 등을 고려해 단지 배치, 세대구성 등 개략적인 사업계획 수립도 지원한다.
컨설팅 대상 사업에는 기존에 발표됐던 공공 재개발·재건축도 포함된다. 신청인이 원하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공공 재개발·재건축과의 사업성, 건축계획안 등을 비교·분석할 수 있다.
컨설팅 신청은 주민 동의 없이 조합장·추진위원장 등이 할 수 있다. 기존 정비구역이나 정비예정구역의 경우 구역을 대표하는 추진위원장과 조합장이 신청할 수 있으며, 추진위가 없는 지역은 추진위 준비위원회 또는 소유자 협의회 대표 등 주민을 대표할 수 있는 이가 신청하면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표자가 불명확한 초기 사업장은 필요할 경우 통합지원센터 면담, 지자체 등을 통해 주민 대표성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민 동의가 없는 신청 과정을 두고 입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해 공공 재건축 컨설팅의 경우에도 주민 동의 없이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이 임의대로 컨설팅을 신청하면서 철회 결정이 확대했다.
당시 일부 신청 단지의 조합장들은 컨설팅만 받으려는 의도라고 밝혔으나, 주민들은 일방적인 신청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고 결국 여러 단지가 신청 철회 결정을 내렸다.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 단지 조합장은 “정부에서 무상으로 재건축 분석을 해준다고 제안해, 컨설팅만 받으려고 했던 것인데 주민 반발이 커지면서 신청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4 대책의 공공 재건축 발표 당시에는 초기 사업장의 경우 주민 동의 규정이 있었지만, 이후 신청이 저조하자 이 과정이 삭제됐다.
정부는 작년 8월 공공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를 열면서 “재건축 추진위 구성 전 신청인 경우 토지 등 소유자 10%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 성동구 세림아파트(811가구)는 재건축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아 당초 정부 규정으로는 주민 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가 주민 동의 없는 신청을 제안했고, 이에 따라 신청에 나섰다가 주민 반발로 지난해 11월 철회했다.
세림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 10% 동의가 없이 사전컨설팅을 신청할 수 있다는 통합지원센터의 제안을 받았지만, 결국 주민 여론이 악화해 철회 의견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컨설팅 신청에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는 규정을 다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통합지원센터 면담이나 지자체 등을 통해 주민 대표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명확하지 않는 등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강남구의 한 대형 단지 관계자는 “컨설팅 신청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재산권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대표성 없는 단체가 주민 동의 없이 컨설팅을 신청했다가 이후 주민 반발로 철회하면 시장만 더욱 혼란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