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살면서 5%도 안 올려주겠다 ‘세입자 갑질’
집 수리 안해주고 “알아서 고쳐써라” 갈등 심화
임대차2법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난 현재, 주택 거래 과정에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불신하고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세입자가 아직 집을 못 구했다며 두 달만 더 살게 해달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약속한 기간도 다 돼서 퇴거해달라고 했더니 이제는 저한테 집주인 실거주한다는 확약서를 써달랍니다. 나중에 소송할 경우에 쓰려는 거 같아요. 편의 다 봐줬는데 이렇게 나오니 괘씸하네요.”
임대차2법이 지난해 7월 말부터 시행되고 반년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집주인과 세입자간에는 점점 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공고해졌고, 시장에서도 세 낀 물건이 갖는 위험도 때문에 집주인 거주 매물에 가격 프리미엄이 붙는 문화까지 생겼다.
위 사례에서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실거주 확약서를 쓰라고 요구했다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반드시 정해진 날에 퇴거한다는 서약을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인천 서구의 소형 아파트를 매수한 A씨는 세입자와 전세계약서를 새로 쓰면서 특약 사항 작성에 주의를 기울였다. 지금 새로 계약서를 써주면 이날부터 기산해서 세입자가 2년 거주기간을 주장할까 염려해서다.
A씨는 “세입자가 굉장히 기분 나빠했다”면서 “자기가 분양받아 놓은 집이 있어서 나가는 게 확실한데도 이렇게 해야 하느냐고 따지더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집 만기일과 분양받았다는 집의 입주예정일 사이에 몇 달이 비는 걸 보니 위험해보여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계약갱신하면서 전세보증금액을 올리는 부분에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집주인 B씨는 “4년째 산 세입자가 이번에 갱신권을 쓰면서 도합 6년을 살게 됐다”며 “새로 전세놓는 집들은 몇억이나 더 비싸게 받는데, 5%도 올리기 싫다면서 2.5%만 올려주겠다고 한다”고 사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좀 너무 한 것 같은데 아무런 대응책이 없더라”며 “이젠 내가 집주인인지, 세입자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입자 입장에서도 집주인이 집 수리 의무를 안 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C씨는 “5%올려서 2년 더 계약을 연장했는데 집주인이 태도가 돌변했다”면서 “예전과 달리 감정적으로 나오고, 수리할 부분이 발생해도 알아서 고쳐쓰고 원상복구하고 나가라고 해 기분이 상했다”고 전했다.
한편, 임대차3법을 완성할 ‘전월세신고제’는 올 6월 1일부터 도입된다. 모든 전월세 계약 내용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돼 어느 동네 전월세 가격이 어떤 수준인지 명확하게 드러나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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