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부가 ‘2·4공급대책’을 발표한 직후, ‘공로민불’이란 웃지못할 표현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회자되고 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변형해 만든 말로, ‘공공이 하면 로맨스, 민간이 하면 불륜’이란 의미다. 민간에서 재건축 등을 추진하는 건 부정적으로 보고 각종 규제로 막으면서, 공공이 하는 건 무조건 옳다는 식으로 각종 혜택을 주면서 적극 추진하는 정부 방식을 비꼰 것이다.
정부가 5년내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서울 32만 등 전국 83만가구에 대해선 ‘상상임신’이라고 비판하는 글도 화제다. 공급계획이 실제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공급물량은 그저 이 만큼 규제를 풀면 이 정도는 참여하지 않겠냐는 기대치일 뿐이다. 계산에 사용된 ‘기대참여율’(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비율)이란 개념은 ‘작위적’이라고 평가 받는다.
로맨스건 불륜이건 정부의 공급계획이 상상임신으로 남지 않으려면 민간 참여가 절대적이다. 기본적으로 전국 83만 가구 공급 계획 중 공공택지지구 물량 26만가구를 제외한 57만가구는 모두 토지주, 조합원 등 민간이 참여해야만 공급이 가능한 민간택지 물량이다. 서울 32만가구는 100% 민간택지에서 나올 물량이다. 이 민간택지의 토지주를 ‘꼬셔’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공사 등 공공이 시행하는 공급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용적률 상향’,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면제’, ‘토지주 10~30%포인트 추가 수익’,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미 면제’ 등의 혜택을 민간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낄 지가 관건이다.
당장 서울 인기지역 재건축 조합 토지주 입장에서 따져보자. 정부는 이번 대책을 공공이 주도하는 이유에 대해 토지주의 과도한 시세차익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전제했다. 그래서 토지주에게 돌아갈 이익의 최대치를 30%로 정했다. 용적률 인상, 재초환 면제 등으로 이익이 발생해도 어쨌든 토지주는 30% 이상 이익을 가져가지 못한다. 5년도 안돼 집값이 두배씩 오르고, 분양만 하면 완판 되는 요즘 서울 도심 주택시장에서 수익률 30%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토지주들이 얼마나 될까.
역세권 토지주 입장은 어떨까. 개발 가능한 역세권은 상업시설, 오피스 등이 밀집해 있다. 용적률 최대 700%까지 높여줘 주택을 더 짓게 해 준다면 관심을 가질 만하지만, 역시 토지주 수익률 한도를 정해 놓았기 때문에 매력은 반감된다.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매달 나오던 임대료 등 각종 수익은 제대로 보상받기 어렵다. 강북의 소규모 정비사업 단지와 저밀 역세권 지역 일부를 제외하곤 호응을 하는 곳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건 이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 로맨스는 결실을 거둘까. 정부는 민간에 너무 강압적이라는 게 조합원들이나 토지주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나랑 함께 하지 않으면 세금 등 규제를 더 강하게 맞을 테니, 이쪽으로 와라’는 식으로 해선 로맨스가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로맨스건 불륜이건 강제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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