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 대신 명품 예물…웨딩 트렌드 변화도 한몫
롤렉스·샤넬·몽클레르는 “없어서 못판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진=신세계백화점] |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 직장인 A씨는 지난 주말 결혼 예물 시계를 사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백화점이 문을 연지 한 시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해외 명품 시계 롤렉스 매장의 대기번호는 100번을 넘긴 상황이었다. 인근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오전 11시에 백화점을 찾았으나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간신히 입장했다. 원하던 모델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연말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보복소비가 재현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연말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롤렉스, 샤넬 등 인기 브랜드들은 전시 상품까지 동이 났고 몽클레르, 무스너클 등 명품 패딩 브랜드들은 주요 상품이 품절되는 등 인기가 뜨겁다. 다만 이같은 보복소비가 명품에 국한되다 보니 명품 열풍에 따른 낙수효과는 거의 없다는 전언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해외명품 매출은 이번 달(1~15일)들어 전년 동기 대비 최고 35% 이상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명품 매출이 같은 기간 35.1% 증가하며 신장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신세계백화점 22.7%, 롯데백화점 16% 등 주요 백화점이 모두 두자릿 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백화점 전체 매출이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급감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사실 명품 수요가 매달 많았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한 지난 3월에는 백화점의 해외명품 매출은 각사마다 전년 동기대비 -19~-10.7% 가량 떨어졌었다. 명품 역시 코로나 팬데믹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여름 휴가 시즌인 지난 7~8월에는 신규 확진자 발생이 여전한데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는데도 해외명품 매출이 최고 49.4%까지 급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여름철 해외여행 수요가 명품 소비로 전환하는 등 두 가지 수요가 맞물린 것으로 해석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명품 매장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 |
12월도 지난해까지 연말 휴가에 맞춘 해외여행 수요가 있었던 만큼 이 역시 명품 소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나 조만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외활동이 더 어려워진만큼 ‘자기 위안’을 위한 명품 소비는 더 많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잦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으로 결혼식 여부가 불투명한 예비 신혼부부들도 ‘식 대신 예물’이란 생각에 명품 을 찾고 있는 점도 수요 확대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병행 수입이 없는 롤렉스나 샤넬 등 인기 브랜드들은 전시 상품들까지 동이 났다. 겨울 시즌 상품을 판매하는 몽클레르, 무스너클, 캐나다구스 등 명품 패딩 브랜드들은 인기 상품들이 품절돼 재입고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덕분에 제품의 실물을 보려고 여권도 없이 면세점을 방문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났을 정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본격적인 겨울 한파가 이어지면서 몇몇 브랜드의 경우 물량을 확보하는대로 팔려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