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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미·일 동맹 진화가 한·미 동맹에 던지는 과제

지난 11월 초 미국·인도·일본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가 참가하는 ‘말라바르 연합훈련’이 시행됐다. 원래 훈련은 미국과 인도 간 연례적으로 실시된 것인데 일본이 2007년 이후 참가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오스트레일리아 해군도 참가해 4개국 연합해상훈련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말라바르 훈련이 실시되던 10월 말과 11월 초 미·일 양국은 4만6000명 규모의 양국 병력 및 항모 3척이 참가하는 ‘킨소드 훈련’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이같이 최근 일본은 동맹국 미국은 물론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유하는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 그 밖에 영국과 프랑스 등 각국과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거나 방산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 매체들은 일본의 동향을 ‘군국주의 회귀’ 등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를 받았던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 등이 일본의 안보 정책 변화를 쌍수 들어 환영한다는 점에서 그 비판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일본이 미·일 동맹을 활용해 자국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는 양상은 미래지향적으로 한·미 동맹을 발전해야 하는 우리가 면밀히 관찰할 재료가 된다.

첫째, 일본은 미국 정부가 구상하는 글로벌 안보 전략에는 조응하면서, 자기의 안보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태 지역에 대한 리밸런싱 혹은 피벗 전략을 추진할 때, 일본은 미국과 공동 안보 협력 지침을 재개정해 자신의 안보 전략과 일치시켰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베 정부가 구상하던 인도·태평양 비전을 수용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표했고, 일본도 방위계획대강 개정을 통해 양국 간 전략 공유를 확인했다. 한국도 동맹국인 미국이 추진하는 글로벌 및 지역 전략에 유의하면서 안보 전략을 조정해가야 한다.

둘째, 미국과 일본은 공동 전략을 바탕으로 연합훈련 빈도를 늘리고 훈련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항공자위대는 수시로 괌에서 날아오는 ‘B-52’폭격기들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2018년 창설된 일본 수륙기동단은 미 해병대와 더불어 미 본토는 물론 일본 남서해안에서도 활발하게 훈련을 해왔다. 최근엔 말라바르 훈련 외에 자위대가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가 주관해온 ‘탤리즈먼세이버’ 훈련에 참가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미·일 동맹 차원의 연합훈련 강화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이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되고 있는 상황과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한·미 연합훈련 내실화를 통해 동맹의 유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 미·일은 자국 군대와 자위대에 대해 각각 작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양국은 육해공 자위대가 주일 미 육해공군사령부와 기지를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연합작전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미·일 동맹 작전지휘 체제 모델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한·미 양국이 구축해야 할 작전지휘 태세를 위해 적절한 참고가 될 수 있다.

넷째, 미·일 양국은 공동 안보 현안을 다루기 위해 방위비분담금 협상, 확장억제협의체, 사이버 및 우주안보협의체 등을 수시로 가동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같은 분야에서 한·미 협의체들을 운용하고 있다. 한·일 간 분야별 정책 공조가 이뤄진다면 미국에 대한 보다 큰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나 초계기 사건 등으로 안보 갈등을 빚는 것은 우리 안보이익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한·미 동맹 강화 방안을 찾기 위해 종종 정치인들이 미국 워싱턴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동시에 같은 대미 동맹국들인 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이 동맹 정책을 어떻게 전개하면서 자신의 안보이익을 증진하고 있는가도 살필 필요가 있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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