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관련 정보란. [연합]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서울은 물론 수도권 등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그에 따른 연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을 0.70%로 2011년 9월 둘째주에 기록한 0.62% 이후 9년 만에 최대 상승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감정원의 11월 첫째주 전국 전셋값 변동률 0.23%는 2015년 4월 셋째주 상승률 0.23%와 5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며, 수도권의 경우 0.23%를 기록하는 등 전셋값 상승률이 최대, 최고치 기록을 연이어 갱신하고 있다.
12일 부동산인포가 네이버부동산 매물을 분석한 결과 서울 양천구 목동, 신정동 일대 신시가지 아파트들은 80년대 지어진 노후단지들로 수천가구 규모지만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신시가지 7단지는 총 2550가구 규모지만 전세매물이 전무하며, 1382가구 규모인 신시가지 4단지는 전세물건이 모든 주택형을 통틀어서 3건에 불과하다.
자료=부동산인포 |
신시가지 단지들이 있는 양천구의 올해 1월~10월 전셋값 상승률은 6.20%로 전국평균(4.75%)을 웃돌았다.
새 아파트 입주에도 전세 물건이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입주한 힐스테이트는 1226가구의 대단지이지만, 입주 초반 300여건 안팎이던 전세물건이 3개월여 만에 18건(10월 말 기준)으로 줄었다.
전세난은 경기지역까지 이어졌다. 올해 수도권에서 가장 입주물량이 많은 곳은 김포시로 연말까지 총 1만 8109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하지만 이곳도 전세물건이 귀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8월 김포 고촌읍 향산리에 입주한 ‘힐스테이트 리버시티’ 1,2단지는 총 351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10월 말 기준, 전세물건이 총 32건에 불과하다.
김포 전셋값은 4월 한차례 -0.01% 변동률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10월에는 1.87%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집을 구입해 직접 거주하는 실수요자들도 늘고 있다. ‘자신 명의 집에 자신이 거주’하는 자가점유율이 증가하는 이유다.
통계청의 ‘일반가구 행정구역별 점유형태’ 통계를 보면 2010년에 비해 자가점유율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서울보다 자가점유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치솟은 서울 매매, 전셋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수도권으로 입주하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인포 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 입주한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온’(4066가구)은 전월세 거래량이 803가구에 불과했다. 즉 80%는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지역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김포 고촌읍 신곡리에 입주한 ‘김포 캐슬앤파밀리에시티’ 2단지는 전월세 비중이 2.6%에 불과하다. 100가구 중 98가구가 집주인이 거주하는 것.
이처럼 서울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서울 접경지역 분양권 시장도 강세다. 김포 걸포동에 위치한 한강메트로자이 1~3단지 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6억9000만~7억6000만원선에 거래되더니 지난 10월 말에는 8억434만원에 신고가를 찍기도 했다. 김포에서 전용 84㎡의 아파트값이 8억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3.3㎡당 2000만원을 이미 훌쩍 넘긴 셈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서울 인근 지역도 매매, 전셋값이 크게 오르자 상대적으로 가격 진입장벽이 낮으면서 상품성도 갖춘 경기지역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며, “실제로 서울 강서지역 전셋값이 오르면 김포, 인천 서구쪽 수요가, 서울 강동지역 전셋값이 오르면 하남쪽으로 수요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울 전세난이 갈수록 심화 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서울 입주물량은 올해 4만4000여가구에서 2021년에는 2만4000여가구로 올해의 반토막으로 줄어든다.
2022년은 더 심각해져 연간 입주물량이 1만7000가구에 불과하다. 중간에 임대주택을 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매년 입주물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그나마 있는 입주물량도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조건 강화로 2년 거주 및 보유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 물건이 증가하기 쉽지 않다. 또한 청약자격 유지를 위한 무주택자가 늘고 있고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6개월 내에 전입이 의무가 된데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2년 만기가 도래해 나와야 할 전세물건도 귀해지는 등 전세난을 부채질할 요인들이 산적해 있어 서울 접경지역들로 실수요자들의 발길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인천 서구, 김포 일대 부동산 상당수는 서울지역 젊은 층 등 실수요자들로부터 구입할 수 있는 새 아파트나 분양권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인천 서구 공인중개사무실 관계자는 “올해 초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전매가능한 분양권이 속속 나오면서 전매가 많았고, 서울 강서구와 가깝다 보니 전셋값이 많이 오른 마곡 등에서 찾아 오기도 했다”며 “현재 검단신도시에서는 호반써밋 등 3개 아파트의 전매가 가능하며, 12월 중순경부터는 서구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분양권도 거래가 가능해져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 걸포동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이 워낙 올랐고 매물 구하기도 어렵다"며, “이 지역은 신규 입주 물량이 늘어났지만, 한강메트로자이 2단지 경우 매물이 3개뿐이고, 8억원을 돌파한 3단지는 아예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인천 서구나 김포, 하남, 남양주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2030 젊은 층의 발길이 늘었다는 점”이라며 “그만큼 전세난으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 돼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한 서울 전세난이 수도권 전역에 미칠 영향도 갈수록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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