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재택근무 상시화 앞당겨
오피스 공간 얽매이지 않으면 교외 거주 선호
1인 가구에 ‘감옥’같은 좁은 집 강요 말아야
누구나 다가와 만져보고 싶은 건축 추구
김 대표는 일찍부터 사람과 건물이 교감하도록 만드는 것을 이상으로 삼아왔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도 ‘어랏, 저건 무슨 건물이지?’ 하고 호기심이 발동하는 건물을 짓고싶다고 했다. 삼성동 KEB하나은행 플레이스원. [사진=김용관 작가]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공간에 대한 생각이 코로나19 이후로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아주 쉬운 예로는 1인 주거예요. 그동안 1인이 거주를 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콤팩트한 사이즈만 얘기하다가, 이번에 집에 갇혀서 한두달을 보내다보니 이렇게 가면 감옥이 된다는 걸 느낀거죠.”
김찬중 건축가(더 시스템 랩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시대 건축과 공간의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1인이 거주하는 공간도 충분히 만족할수 있고,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새 기준을 세웠다.
김찬중 건축가·더 시스템 랩 대표[헤럴드경제DB] |
“혼자산다고 7평, 9평, 이 면적을 강요하는건 아닌거 같아요. 30평~40평으로 늘릴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여유있게 느끼거나 안에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공간의 사이즈 이슈를 고민중입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도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의 디자인과 설계를 하는데, 이전과는 달리 ‘콤팩트’라는 단일한 가치만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이게 과연 시장에서 먹힐까’, ‘좀 더 커야 되는 것이 아닌가’, ‘크면 가격이 비싸질텐데’, ‘비싸지면 젊은 사람들이 못 살텐데’ 등을 복잡하게 고민중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로 사람들은 타인의 존재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던 공유오피스, 공유공간도 기피 대상이 됐다.
김 대표는 “공용공간의 개념은 프라이빗하게, 한시적으로 독점(Exclusive)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방식의 공유가 아니라, 시간을 정해두고 나눠 쓰는 개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콘도미니엄 방식’이다. “예를들어 콘도미니엄 구좌 하나에 12명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1년을 서로 예약을 피해서 나눠 씁니다. 월·화는 완전 내 공간, 근데 수·목부턴 다른 사람이 쓰는, 이런 타임 프레임으로 가는 것입니다. 이 개념을 도심의 오피스에서 구현하자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상황이 이런 실험을 더욱 앞당겨 재촉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재택근무 만족도가 70%가 넘게 나오자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직원이 500명이라고, 500명에 준하는 공간을 꼭 갖지 않아도 운영이 된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피스 공실이 증가하고 도심 공동화 현상이 생길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매일 출퇴근을 안하고 재택을 하면 비싼 집값을 내고 도시에 있는 게 아니라, 교외에 살다가 회의할 때만 전철을 타고 도심으로 오면 된다”고 언급했다.
사진은 한남동 프로젝트(현창빌딩)[사진=김용관 작가] |
코로나 팬데믹 뿐만 아니라 환경이슈로 인해 재택은 더 각광받을 것이라고도 의견을 냈다. “우리가 움직이는 매 순간이 공해입니다. 친환경적인 건축이란, 가능하면 덜 짓는거죠. 사람이 움직이는 그 교통량을 일주일에서 이틀로 줄이면, 엄청난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봐요.”
그의 프로젝트에는 루프탑이 자주 등장한다. 루프탑은 빽빽히 들어선 도시의 고밀도를 해소할 응급조치다. 그는 “프로젝트가 규모가 큰 복합단지가 있을 때는 공지의 개념이 있었는데, 요즘은 건물의 규모가 작은 것들이 많이 생겼고, 그러다보니 공지가 생길 수 있는 여지는 더 없어졌다”고 말했다.
“루프탑은 별거 아닌거 같지만, 가능한 땅과 가깝게 해주는 속성이 있어서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줍니다. 즉, 땅에서 마련할 수 없는 공지를 위로 올리는 것으로, 건물 옥상이란 느낌보다는 ‘연장된 대지’로 풀려고 합니다.”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건축의 패러다임이 정량적인 것에서 정성적인 것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이상 층고, 면적, 비용 등의 숫자를 따져 경제적으로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이 공간은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그는 일찍부터 사람과 건물이 교감하도록 만드는 것을 이상으로 삼아왔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도 ‘어랏, 저건 무슨 건물이지?’ 하고 호기심이 발동하는 건물을 짓고싶다고 했다.
울릉도 코스모스리조트. [사진=김용관 작가] |
“사실은 같은 콘크리트라도 흰색으로 칠하고 윤기를 내거나, 폴리카보네이트 같은 소재를 쓰면 사람들이 와서 (건물 외벽을)두드려요. 소리와 공감각적인 체험을 한 이후, ‘이거 특이하네’ 이러죠. 혹자는 ‘아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라고 하는데, 그게 저한테는 의미가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일종의 행위예술일수도 있다고도 고백했다. “영혼없이 일상을 달려가는 것에서 약간, 탁 끊어주는 트리거, 뭔가 다른 생각과 다른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만지고 싶으면 다가가 쓰다듬을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싶어요. 그래서 뭐하냐고요? 저는 그렇게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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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360’은 부동산시장의 트렌드(Trend)와 이슈(Issue), 사람(People) 등을 종합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는 코너입니다. 부동산시장의 트렌드를 짚어내고, 이슈가 되는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사안의 핵심과 이면을 다각도에서 짚어드리겠습니다. 부동산시장을 읽는 ‘팁(TIP)’을 ‘부동산 360’ 코너를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