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비껴간 부산 재건축도 수억원 급등
세종 84㎡ 고가 9억원 넘긴 곳 0개→ 8개 단지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올 들어 부산과, 대구, 대전 등 주요 지방 도시에서 84㎡(이하 전용면적)의 아파트값이 10억원을 넘으며 급등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숨고르기에 들어간 서울 아파트값이 지방 시장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부동산빅데이터 기업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국 6개 광역시(인천, 대전, 대구, 부산, 울산, 광주)와 특별자치시인 세종의 랜드마크 아파트들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광주를 제외하고 84㎡면적에서 모두 고가 주택 기준인 9억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 지역도 봉선동 84㎡가 8억9900만원에 팔리며 사실상 9억원과 다름없는 값에 거래됐다.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타운 전경. 올 들어 부산에서 거래된 전용 84㎡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헤럴드경제DB] |
부산에선 올해 거래된 84㎡ 가운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이 가장 높은 값을 기록했다. 308동 8층이 7월20일 13억9500만원에 팔렸는데, 전월 같은 동에서 팔린 값(12억3000만원)보다도 1억6000만원이 올랐다.
부산지역은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대전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6·17 대책에서 홀로 조정대상지역에서 빠졌다. 이에 부산 지역에서도 호재가 있는 단지로, 전국적인 투자 수요의 관심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산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해 ‘영구 바다 조망권’이 확보된 삼익비치타운은 재건축 추진마저 이뤄지면서 투자가치가 높은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자리가 3으로 시작하는 동은 바다 전면에 위치해, 뒷동보다 매맷값이 1억원 이상 높다.
가격 상승은 해운대와 광안리 등 타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 급등하자, ‘부산을 다시 규제지역으로 묶어달라’는 호소도 이어진다. 규제지역에서 빠져나온 유동성이 부산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집값을 올렸다는 ‘정책 부작용’을 꼬집는 것이다. 6·17 대책 이후, 국토교통부 여론광장에는 부산 집값 관련해 올라온 대책 마련 요구 게시물만 20개 가량이다.
‘행정수도 이전’ 이슈에 상승세를 보인 세종시 아파트값도 꺾일 줄 모르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지수로도 세종시 집값은 올 들어 36%가 올랐을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새뜸마을11단지 더샵힐스테이트는 올초 9억원 아래에서 거래되다가, 6월 9억원을 넘겨 세 채가 거래됐는데 7월 27일에는 11억원까지 값이 올랐다. 한달 새 2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현재 호가는 12~13억원까지 불린다.
지난해 세종시에선 84㎡이 9억원을 넘긴 단지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올 들어 84㎡이 9억원을 넘겨 매매된 아파트 단지는 8개에 달한다. 호가가 거래로 이어지면 상승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보다 더 큰 면적에선 세종시 첫 15억원 단지도 나타났다. 보림동 중흥S클래스 리버뷰2차 109㎡는 지난달 3일 15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세종시 아파트 모든 면적 가운데 처음으로 15억원을 넘겼다. 하반기 15억원을 넘기는 단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뜸14단지 더샵힐스테이트 107㎡는 지난달 30일 15억원에 100만원 빠진, 14억9900만원에 팔렸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이제 시작단계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가격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전에서 학군지로 꼽히는 도룡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헤럴드경제DB] |
대구 수성구의 새 아파트 ‘빌리브 범어’는 지방 아파트 가운데 처음으로 84㎡가 15억원을 넘겨 거래됐다. 상승 속도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8월27일 역대 최고가인 15억3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보다 앞선 7월29일 신고가 13억5000만원보다 한 달만에 1억8000만원이나 몸값을 높였다. 올 들어 첫 거래였던 3월 5일 매매가는 10억9000만원으로 올해에만 4~5억원이 상승한 것이다.
대구에선 이 아파트 외에도 같은 범어동의 ‘범어센트레빌’, ‘범어라온트라이빗2차’ 등의 단지에서 같은 규모가 13억원, 12억4000만원에 각각 거래되며 10억원을 훌쩍 넘겼다. 범어라온트라이빗2차의 경우 7월 2일 12억4000만원 최고가에 팔렸는데, 지난해 말 매맷값은 9억원 아래였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구나 대전에서 값이 오른 아파트 단지는 전통적인 학군지 새 아파트로, 3040 세대 전문직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84㎡은 성장기 자녀를 둔 30~40대 수요자들이 거주시 가장 선호하는 면적형으로 꼽힌다.
대전에서도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유성구 도룡동 도룡SK뷰가 올 들어 84㎡가 6월 12억1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되면서 매맷값의 단위가 달라졌다. 지난해 연말 같은 규모는 9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연초 10억원을 넘기고, 4월 11억원을 넘긴 데 이어 달마다 앞자릿수를 갈아치운 것이다.
도룡동 스마트시티 5단지 같은 규모도 19일 11억원에 팔렸는데 이 역시 1년 전 거래가(7억8000만원, 9월)는 9억원 아래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둔산동이 학원가가 밀집한 학군지라면, 도룡동은 대덕연구단지 내 학력이 높은 수요 자녀가 사는 전통 학군지로 사실 매물 자체가 많은 곳이 아니다”면서 “거래가 많지 않아도 값은 대전 지역 내 대장지역”이라고 설명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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