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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부터 왜 재수없게 여자가”… 방문노동자들 가슴에 ‘피멍’ 맺힌다
가스검침원 등 여성 방문 노동자 89.1% 모욕, 54.6%가 성희롱
성기 보여주고, 알몸으로 방문노동자 맞아
“2인 1조 법제화, 사업주 의무 강화해야”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아침부터 재수 없게 여자가 온다. 젊은 사람이 오지 왜 나이 먹은 사람이 오냐’고 하는 고객도 있었다”, “고객이 매일 성관계를 하자고 했다. 죽도록 괴로웠다. 결국 회사에 알리고 나는 직장을 그만뒀다…”

가스검침원, 학습지 상담 교사 등 방문서비스노동자들이 실태조사에서 밝힌 피해 사례들이다. 자신의 성기를 꺼내 방문서비스노동자에게 보여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엉덩이와 가슴 등 신체를 만지는 일도 다반사다. 개중엔 흉기로 위협 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반말과 욕설은 일상이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이 민주노총 산하 방문서비스노동자(이하 방문노동자) 안전보건사업 기획단과 함께 6일 공개한 ‘방문 서비스노동자 감정노동․안전보건 실태 설문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방문노동자 747명(남성 423명, 여성 324명 )의 92.2%가 지난 1년간 고객으로부터 모욕적인 비난이나 욕설, 고함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당한 적이 있는 방문노동자는 35.1%였으며, 협박 등 위협을 받은 사람은 67.0%로 집계됐다.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15.1%에 달했다.

방문노동자가 직접 기록한 경험 사례를 보면, ‘같이 살자. 같이 자자. 안아보자. 가정을 버리고 나랑 살자’는 고객도 있었고, 한 알코올 중독 노인은 기습적인 신체 접촉과 ‘자신의 소변을 마시면 몸에 좋다 ’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 고객은 속옷을 입지 않은 알몸으로 방문노동자를 맞았고 자신이 소유한 음란물을 지워달라고 방문노동자에게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골프채, 낫, 칼 등으로 고객으로부터 위협을 당한 방문노동자도 있었고, 식칼을 갈며 방문노동자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례도 피해자 증언에 포함돼 있었다.

이같은 성희롱, 폭력과 폭언은 여성 방문노동자의 경우 남성보다 더 많이 겪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방문노동자의 89.1%가 고객으로부터 모욕적인 비난·고함·욕설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원치않는 신체접촉·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54.6%였다. 여성 방문노동자의 67.3%는 위협· 괴롭힘을 당한 경험을 토로했다. 남성은 고객으로부터 모욕적인 비난·고함·욕설이 94.6%, 원치않는 신체접촉·성희롱이 20.1%, 위협·괴롭힘이 67.1%였다. 신체 폭행에서도 여성 20.4%, 남성 11%로 여성이 폭행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방문노동자들은 그러나 피해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학습지 상담교사 등 특수고용직의 경우 사내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못하고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간주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설문에선 ‘참고 넘어간다’고 응답한 비율이 37.5%, ‘동료나 가족들과 이야기하며 해소한다’가 40.2%, ‘혼자 처리한다’가 1.5%였다. 회사에 알린다는 응답자는 9.5%에 불과했다.

이현주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고객에 의한 인권침해로 자살시도까지 하는 방문노동자가 생기고 있다. 폭행, 성추행 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2인1조 작업에 대한 법제화가 시급하다”며 “원청을 포함해 방문 서비스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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