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 안이 아주 우스꽝스럽다는 걸 다 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울시가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 의견을 100% 수용했는데 왜 공문까지 보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서울시)
서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행정안전부-시민단체 간에 불협화음이 점입가경이다. 행안부는 지난달 30일 서울시에 일정 조율에 관한 협조 공문을 보낸데 이어 지난 9일에 2차 공문을 보냈다. 1, 2차 공문 모두 “국민과 시민의 폭넓은 이해를 구하는 절차 없이는 시와 더이상의 추가 협의가 어렵다”는 게 내용이다.
서울시 입장에선 행안부의 ‘딴지걸기’로 비칠 수 있다. 양 기관이 큰 틀에서 합의하고, 현상공모를 통해 기본설계까지 마친 마당에 이를 실현시킬 단계에 들어서 이제 와 딴 목소리를 내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 일 지도 모른다.
광화문광장의 현재 모습. |
현재 사업 추진의 ‘키’는 시가 아닌 행안부가 쥐고 있다.
시는 지난 8일 ‘세종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고시, 2021년 5월까지인 사업 일정대로 강행할 뜻을 재확인시켰다. 이는 6월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 이후 60일 안에 고시해야 할 행정 절차에 따른 것이긴 하다. 결정 고시를 냄으로써 시는 세종로 차로 축소, 율곡로~사직로 차로 변경과 정부청사와 민간 소유 부지 수용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시는 부근에서 개인 사유지 3개 필지를 보상해 수용할 방침이다. 또 정부청사 일부 부지를 6차로의 우회도로로 편입시킬 예정인데, 공공기관의 경우 협의 없이 철거나 강제 수용을 할 수 없다. 그러니 시가 고시를 한다해도 행안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시로선 공사에 착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행안부의 어깃장이 일각의 추론처럼 정치권의 박원순 시장 견제, 또는 취임 4개월 된 새내기 장관의 기선잡기용일 수도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물론 장관께 보고를 드린 뒤 공문을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진영 장관이 지난달 가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와) 논의는 많이 됐지만 합의된 것은 없다. 시간을 두고 생각할 부분이 많이 있다”라고 발언한 것이 갈등이 표출된 발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동주민센터 설명회에서도 주민 반대가 많다고 전해 듣고 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졸속추진을 지적하는데, 시는 행안부가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는 둥 동문서답식으로 대응하고 강행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의 긴급브리핑을 두고 한 얘기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서울시의 설계공모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도 많다는 점이다. 애초 2017년 5월 시민과 전문가로 꾸린 광화문포럼이 제안했던 안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애초 안은 경복궁 앞부터 세종문화회관까지를 한번에 보행할 수 있는 하나의 광장 형태이며, 차로는 지화화하는 안이다. 시는 율곡로~사직로를 지하화할 경우 진출입 양측에 150m 가량의 옹벽이 발생, 단절이 생기고 공사비가 5000억~6000억원(현재 안은 1000억원)이 소요되는 점에서 원안은 실현이 어렵다고 보고, 대신 청사 뒷편으로 6차로의 우회로를 만들고 월대 복원 등의 ‘역사광장’과 세종문화회관 앞 ‘시민광장’ 등 2개 광장을 조성해 횡단보로도 잇는 절충안을 마련, 지난해 10월 설계공모를 속행했다. 이렇게 되면 ‘Y’자 형의 6차선 도로가 생기고, 광화문광장과 경복궁 앞은 지금처럼 단절된 채로 남는다. 원안에서 절충안으로 바꿀 때 시는 시민사회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했지만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답정너’ ‘시민들러리’란 말이 이상치 않다.
시는 행안부와 시민단체의 불통 지적에 수십차례 회의 사실을 숫자와 사진 등 근거를 대며 반박 해명하지만, 졸속추진이란 비판을 수용하고 반대 측 이야기를 경청하는 게 먼저다. 어차피 지난해 엉성하게 묶은 매듭이 해를 넘겨서 이제야 터진 것이다. 2021년5월까지 도로와 광장을 어느정도 완성된 형태로 만들겠다는 것도 욕심이다. 일정대로 강행하는 건 공사 시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시는 설명하는데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듣는 게 우선이다. 대한민국 수도 중심의 대표광장은 서울시민 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