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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는 반복”…다시 뜨는 다크투어리즘
“가슴 아픈 역사 잊지 않을 것”
서대문 형무소 체험하는 학생들
독도 찾아가고 역사영화 보고…
전문가 “민족주의적 정체성 확산”
일본 경제 보복조치로 반일감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찾는 ‘다크 투어리즘’이 뜨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한 관람객들 모습(왼쪽)과 아이와 함께 유관순 열사 그림을 보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 정세희 기자/say@

“바로 이곳에서 일본인들이 독립운동가에게 고문을 했었어. 끝까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칠 수 있었을까? 어땠을 것 같아?”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서대문형무소 지하 고문체험관. 관람객 이모(42) 씨가 일제강점하 고문 시설을 재연해 놓은 형상물을 가리키며 초등학생 3학년 딸에게 설명했다. 아이는 어두운 감옥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너무 무서웠을 것 같다”며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이 씨는 딸에게 “이렇게 고생한 분들이 계셔서 우리가 지금 일본말을 안 쓰고 독립된 국가로 살 수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 보복조치로 반일감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찾는 ‘다크 투어리즘’이 뜨고 있다. ‘다크 투어리즘’이란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가 체험함으로써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을 말한다. 유관순 열사 등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던 서대문형무소는 이날 방학을 맞아 일제시대 참상을 경험하러 온 학생들로 붐볐다.

▶서대문형무소 찾은 사람들, “가슴 아픈 역사 잊지 않을 것”= 이곳을 찾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를 생생하게 배우게 하고 싶어 왔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의 반일 움직임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서울 종로에서 온 윤모(37) 씨네 가족은 역사를 잘 모르는 자녀들에게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몰라 이곳을 방문했다.

경기도 안성에서 온 김형순 (14) 군의 가족은 이번 휴가의 필수 코스로 이곳을 꼽았다. 김 군의 아버지는 “글과 사진으로 역사를 공부하는 것보다 직접 현장을 보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라며 “이렇게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이 있어 오늘의 한국이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군은 “아직도 일본이 역사왜곡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답답했다”면서 “실제로 이곳에 와보니 더욱 우리나라가 힘을 키워 일본이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시관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일제시대를 재현한 듯 일제시대 고문기구 등을 전시한 곳에서는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평소 역사를 좋아한다는 대구 동성초등학교 이동진(11) 군은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가 무엇이냐고 묻자 “우리나라 조상들이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잘 견뎌준 것 같아 감사드린다”며 “모두가 인상 깊다. 이곳이 예전에 독립운동가들이 고문받던 옥사이기 때문에 이곳의 모든 것이 너무 소중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한일관계 악화에 대한 답답한 마음도 털어놨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온 신모(43) 씨는 “일본은 아직도 우리나라를 식민지국을 대하 듯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수모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미래세대가 역사 공부를 많이 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독도 방문 늘고 역사영화 보고…역사 콘텐츠 인기= 역사적 의미가 큰 지역을 찾는 국민들 수도 늘고 있다. 독도가 대표적이다. 경북 울릉군 독도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독도를 찾은 일반인 방문객은 1일 기준 17만2516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만2970명에 비해 29.7%(3만9546명) 증가한 수치다.

역사 관련 영화, 책 등을 다시 보는 이들도 많아졌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신모(45) 씨는 지난 주말 영화 ‘명량’을 다시 봤다. 그는 “‘보이콧 재팬’ 운동이 국민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영화 ‘명량’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탄 대장선이 위기에 빠졌지만 침몰되지 않고 건재하자 ‘대장선이 살아있다’며 백성들이 작은 어선들로 대장선을 끌어올리는 장면이다”며 “대장선을 끌어올리는 백성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전과 달리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최근 반일 감정으로 민족주의적 정체성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의 조치가 국민들의 가슴속에 잠자고 있던 민족주의를 꺼냈다고 볼 수 있다”며 “민족주의는 각각 순기능 역기능이 있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 국민들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순기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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