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 폐지, 윤리감사관직 외부개방 등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묶이면서 판사들의 내년초 인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5일 법조계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13건이 길게는 3년에서 짧게는 9개월 넘게 잠들어 있다. 주로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 있었던 ‘사법농단’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들이다.
대표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 있다. 고법 부장판사직을 폐지하고 고위 법관의 비위에 대한 윤리감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윤리감사관 개방형 직위화를 추진한다. 고법 부장판사 제도 폐지는 사법개혁을 위해 지난 수년간 꾸준히 지적됐던 내용이다. 윤리감사관에 대한 개방형 직위화는 행정부처에서도 모두 추진하고 있는 보편적인 제도다.
그러나 정작 사개특위에 법안이 회부된 후 논의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달 말이면 특위 활동 시한이 끝나는 상황에서, 사개특위 위원장을 어느 당 출신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벌어진 갈등에 위원회는 지난 3월 이후 열리지도 않았다. 이날 오전 오랜만에 사개특위 전체 회의가 열리지만 안건은 ‘위원장 사임’, ‘위원장 선임’, ‘간사 선임’ 3건 뿐이다.
이에 대법원의 고심은 깊어진다. 법관 인사는 매년 초에 있지만 관련 준비는 전년도 하반기부터 시작한다. 대법원 고위관계자는 “고법 부장 제도 폐지에 대해 찬성이면 찬성, 반대면 반대 입장을 국회에서 분명히 밝혀줘야 내년도 인사를 준비할 것인데 현재로선 방향이 막막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미 지난해 2월 정기인사부터 고법 부장판사에 신규 보임을 하지 않고 ‘직무대리’로 인사를 냈지만, 내년 승진 대상이 되는 수십 명의 판사 인사를 또 다시 임시방편으로 막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3200명이 넘는 전국 법관과 2만여명의 법원 공무원의 비위를 감사하는 막중한 책임을 진 윤리감사관직은 올해초부터 6개월째 공석이다. 이 관계자는 “윤리감사관직이 정말 중요한 자리인데 1년 넘게 공석으로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판사를 파견 받아서라도 자리를 채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법원행정처 폐지에 따른 심의의결기구로서 사법행정회의 설치 역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으면서 대법원은 ‘자문’ 역할만이라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사법행정자문회의’를 내규로 마련 하는 등 임시방편이 이어지고 있다. 또 법관 퇴직 후 최소 1년간 청와대 행을 막는 법안이 2017년에 발의됐지만 묵혀지며 김영식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청와대 법무비서관 직행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