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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국민적 공감대 외면한 한일군사협정…누구를 위한 협정인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방부가 지난달 27일 4년만의 한일 군사정보협정 협의 방침을 발표한 지 불과 보름 여만에 사실상의 한일 군사정보협정 타결 소식이 발표됐다.

국방부가 다음 주 한일간 가서명 일정이 예정돼 있다고 밝힌 것. 양국이 한일간 협정 체결에 필요한 내용상의 합의를 모두 끝냈다는 의미여서 국민들의 허탈감이 커지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다음 주에 국방부가 한일 군사정보협정의 가서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일 도쿄에서 열린 1차 과장급 실무협의, 9일 서울에서 열린 2차 과장급 실무협의에서 협정 체결에 필요한 제반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음을 뜻한다.

국방부는 이미 법제처에 협정 문안의 심사를 맡겼다고 한다. 협정 체결의 최종 절차인 양측의 서명만 앞두고서 필요한 마지막 단계인 법적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현재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들의 헌정 유린 사태에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는 상태다.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저 수준인 5%선으로 떨어져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하야 후 사상 두 번째 하야마저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우리 공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가 출격해 대북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협정이 체결되면 한일간 군사정보가 실시간 공유된다. [사진=공군]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근혜 정부가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려는 노력 없이 한일 군사정보협정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 국민적 공감대 수렴 없이 한일협정 ‘마이웨이’…야 3당 “국방부 장관 해임안 건의”=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이뤄져 앞으로 정부는 야당의 협조 없이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범야권의 강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일 군사협정을 강행하며 굳이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지난 10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과 야당 의사를 무시한 채 한일 군사정보협정 논의를 계속한다면 야 3당은 국방부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한일 군사정보협정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충격적인 것은 국방부가 야 3당이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마저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인 11일 전격적으로 ‘다음 주 가서명’ 방침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쯤되면 이판사판인 셈이다.

국방부는 한일 군사정보협정 추진 배경으로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9월 5차 핵실험 등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국회 등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방부는 10월 초까지 이 협정에 대해 실무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10월 6일 국방부 관계자에게 확인했을 때까지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했다”며 “당시 담당자는 ‘2012년 무산 이후로 한 번도 제대로 검토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의원은 지난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한일 군사정보협정에 대해 ①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돼야 한다 ②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③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등 3가지 조건을 거론했다며, 지금 이 상황이 이 3가지 요건에 부합되느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천명한 원칙을 깨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방부는 한일 군사정보협정 추진과 관련해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실제로 국방부가 이번 건과 관련해 국민의견 수렴을 위해 어떤 활동을 벌였는지는 뚜렷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거듭되자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해와 설득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또 ‘사드의 경우 국방부가 블로그나 국방 전문매체 등을 통해 대국민 홍보를 한 적은 있지만, 한일 군사정보협정 관련 홍보활동을 한 적은 거의 없다’는 지적에 대해 문 대변인은 “남은 기간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다음주에 가서명까지 하는데 더 노력할 게 뭐가 있나’는 질문에는 ‘하하하’ 웃고 “알겠습니다”라며 어물쩍 넘어가기까지 했다.

▶한일 위안부 협상 추진과정과 너무나 닮은 한일 군사정보협정=군사적 협정인 만큼 국민들께 추진 과정에 대해 소상히 내용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부적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에 의한 헌정 문란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현재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굳이 국민적 반대 여론이 높은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강행해야만 하느냐는 의문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칫하면 이 정부가 지난해 말 의욕적으로 추진한 한일 위안부 협상의 전철을 한일 군사정보협정이 그대로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 정부는 ‘역대 최고의 성과’라며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다수 국민들은 이번 정부 최악의 외교 성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다. 전쟁에서 한 번의 실수는 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어떤 일이든 실수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이 정부는 지금 같은 실수를 같은 분야에서 계속 저지르려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의 이런 시도가 어떤 결말로 귀결될 지는 안 봐도 눈에 선하다.

물론, 정부의 판단에 따라 이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 국가에서 여론을 무시한 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미 이 협정을 추진하다가 국민적 반발에 떠밀려 무산된 경험이 있다. 만약 이 협정을 다시 추진하려면 국민들을 납득시키는 게 최우선시돼야 한다.

교육부의 한 고위 공무원이 국민들을 ‘개나 돼지’로 지칭해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한 게 지난 7월이다.

정부는 해당 고위공무원을 즉시 징계 조치했지만, 이번 협정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정말로 국민들을 개나 돼지 취급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한일 군사협정이 필요하다는 정부 판단이 옳으니, 국민들은 잘 따라오기만 하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 협정을 강행한다면, ‘개, 돼지’ 취급을 받은 국민들의 분노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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